‘에이지리스 그룹(Ageless Group)이 뜬다?’
20대 여성을 겨냥한 백화점과 패션몰의 의류매장에 30, 40대 고객들이 몰려든다. 여성의류의 연령파괴 현상이다. 이처럼 나이를 초월해 자신의 스타일을 찾는 이른바 에이지리스 그룹이 패션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하면서 이들이 마케팅의 새로운 ‘화두’로 등장했다.
롯데백화점의 영월드매장. 10대후반과 20대초반의 젊은 여성을 위한 곳이다. 최근 구매고객 연령분석 결과 이곳에서 30, 40대 여성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52%나 됐다. 반면 20대의 구매비율은 본점이 45.3%, 잠실점은 33.8%로 30대이상의 연령층보다 오히려 적어 ‘주객전도’의 양상을 보였다.
백화점뿐만 아니다. 10대와 20대 초반을 주고객층으로 삼아오던 밀리오레와 두타 등 대형패션몰에도 30대 이상 고객이 크게 늘었다. 명동밀리오레 김대열마케팅과장은 “최근 20대후반에서 30대 여성고객, 특히 주부고객의 발길이 부쩍 잦아졌다”며 이들을 위해 1층 입구에 유모차대여소를 설치했으며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주부고객들을 겨냥해 아동복 매장을 지하1층에 새로 마련했다고 말했다.
영브랜드의 패션트렌드도 30, 40대 고객층 흡수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롯데 본점 영월드매장 ‘오조크’ 점장 노명옥씨(38)는 “20대가 선호하는 몸에 딱 붙는 스타일보다는 유연하고 편안한 패턴의 옷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색상도 30대 이상이 선호하는 파스텔톤의 비중을 늘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레니본’ ‘올리브대올리브’ 등 ‘20대 디자인에 30, 40대 타깃’의 브랜드도 영캐주얼매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30, 40대의 여성들이 스스로 자기나이가 몇 살이라고 생각하는지를 의미하는 ‘자각연령’이 실제연령보다 훨씬 낮아졌음을 의미한다. ‘feel age(느끼는 나이)+look age(몇살로 보인다고 생각하는가)+do age(몇살 정도로 행동하나)+interest age(관심이 있는 나이)÷4〓자각 연령’이라고 하는데 미국여성의 경우 50세가 넘어도 자신이 느끼는 나이는 48세에 머물러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30, 40대 여성이 스스로는 이보다 5∼10세쯤 젊다고 생각하는 경향.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그동안 여성의류가 젊은층과 중년층으로 양분돼 있어 30, 40대 여성브랜드가 상대적으로 진공상태에 있었다”며 “20대 디자인을 지향하면서도 이들 에이지리스그룹의 욕구에 부응하는 상품들이 속속 선보이면서 당분간 구매연령 파괴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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