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시에 있는 실내 체육관 로즈 가든. 하드코어(록+힙합) 그룹 ‘림프 비즈킷’을 인터뷰하면서 서태지의 ‘울트라 맨이야’를 들려줬다. 리더인 프레드 더스트는 “보컬이 굵지 않고 가늘고 높으면서 동양적인 멜로디가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림프 비즈킷’은 서태지가 9월초 새음반을 내면서 “미국 핌프 록의 영향을 받았다”며 가리킨 그룹이다. 그로 인해 국내에 ‘림프 비즈킷’ 관심이 급부상했고 10월말 나온 그들의 새음반(3집) 판매가 6만장을 넘었다. 국내 팝계에서 6만장은 가요 음반 40만∼50만장에 맞먹는다.
이 ‘림프 비즈킷’이 21세기초 또다른 우상인 백인 래퍼 에미넴과 함께 로즈가든에서 1만1000여 팬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들이 한 곳에서 공연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둘은 거침없는 욕설과 공격적인 가사로 ‘앵그리 영맨’을 대변하고 있다. 다만 ‘림프 비즈킷’이 록과 랩을 접목시켜 선율감과 파워넘치는 록 사운드를 구사하는 반면 에미넴은 랩으로만 노래하는 게 다르다. 특히 에미넴의 랩은 생모(生母)를 비난할만큼 엄청난 독설이어서 생모가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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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에미넴, ‘림프 비즈킷’ 순으로 이어졌다. 팬들은 ‘우리는 악마를 사랑한다’는 제스처(집게와 새끼 손가락을 올리고 나머지는 원을 그리는 것)나 욕설을 상징하는 ‘가운데 손가락 올리기’로 열열히 호응했다.
‘림프 비즈킷’이 기성 세대를 공격하는 랩을 토해낼 때마다 팬들은 헤드뱅잉(머리를 리듬에 맞춰 격렬하게 흔드는 행위)과 슬램(서로 몸을 충돌하며 엎어지는 행위)으로 화답했고 에미넴은 마약을 먹는 시늉까지 했다.
‘림프 비즈킷’과 에미넴은 백인 젊은 층의 분노를 대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날 관객 중에는 흑인이 채 10명도 안돼 보일 정도로 백인 일색이었다. 흑인들이 20세기말 랩과 힙합으로 세상을 공격하자 백인들도 랩과 백인음악인 록을 접목(림프 비즈킷)하거나 랩만(에미넴)으로 분노를 토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팬들은 이들의 욕설 가사와 극단적인 파열음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 제니퍼 샤프(20·여)씨는 “욕을 하는 게 무슨 상관인가. 이미 일상인데”라며 “이들이 우리 사회의 금기에 도전하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내년초 ‘림프 비즈킷’의 공연이 추진되고 있다. ‘림프 비즈킷’은 “직접 공연을 보면 메시지를 더 확실히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