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과 PC통신에 쏟아지는 흥행작 ‘단적비연수’에 대한 네티즌들의 감상소감에서 빠지지 않는 대목은 영화 중심인물인 비 역을 맡은 최진실(32)의 연기에 대한 논란이다.
10년간 TV와 스크린을 누비며 베테랑 연기자로 인정을 받은 그에게 자신의 ‘연기’가 시빗거리가 되는 게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다. 연기자로서의 ‘쓴 맛’과 예비 신부로서의 ‘단 맛’을 동시에 맛보고 있을 그의 요즘 심경이 궁금했다.
15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최진실을 만났다. 일본에 진출한 프로야구 선수 조성민(27)과의 결혼을 발표한 7월 기자회견 후 첫 인터뷰 자리다.
―‘단적비연수’에서의 연기에 대해 말이 많은데….
“개봉날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몹시 부끄러웠다. 나도 보면서 눈물이 안나왔는데 관객은 오죽하겠나…. 자기 연기에 만족하는 배우란 없지만 이번엔 아쉬운 게 너무 많다. 멜로가 너무 약했고, 촬영여건도 좋지 못했고…. 비련의 여주인공이 내겐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도 든다.”
“모두 열심히 했다”는 단서를 붙여가면서도 그가 자신에 관한 한, 지극히 냉정한 자기평가를 단칼에 내려버리는 바람에 오히려 묻는 이가 머쓱해졌다.
―결혼(12월 5일)이 얼마 안남았는데 요즘 어떤지.
“바빠서 정신 없다. 어제 시댁에 예단을 드렸고, 성민씨와 함께 청첩장 1300장을 모두 손으로 쓰느라 손가락에 물집이 잡혔다. 오늘도 아침 8시에 일어나 2시간 동안 청첩장 쓰고 왔다. 쓰다 보니까 내 주위에 참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결혼을 무척 기다렸던 사람같다.
“결혼에 대한 환상은 없다. 오히려 잘 다뤄야 할 현실이라고 여긴다. 연기생활 10년간 계속 긴장하며 살았는데 성민씨는 나보다 더 긴장하고 사는 직업이라서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많다. 우린 둘 다 공인이라 사랑을 받고만 살아서, 주는데 인색하다. 잘해주다가도 갑자기 자존심이 확 상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아낌없이 주는 훈련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 연기자에겐 결혼이 인기유지에 보탬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현실타협적인 사람이다. 후배들이 밀고 올라오는 것에 저항하지 말고 내가 빨리 다른 길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가정에도 충실하고, 나이와 생활에서 우러나오는 연기를 보여주는 원미경씨같은 연기자가 좋다. 또 박원숙씨처럼 개성있는 조연 캐릭터도 좋다. 여자 연기자는 결혼후 자신과의 싸움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강박관념은 없다. 아등바등한다고 최진실이 심은하 되겠나.”
―벌써 내년 3월 드라마 출연설이 나돈다.
“그럴 계획이 전혀 없다. 내년은 성민씨에게 정말 중요한 때다. 전속계약을 한 광고 때문에 가끔 한국에 오겠지만 일본에서 그와 함께 지낼 계획이다. 내후년쯤 영화로 복귀하고 싶다. (웃으며) 근데 써줄 데가 있을까?”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결혼식날 국수 먹으러 꼭 오라”고 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국물 있는 거 먹어야 되고 결혼잔치엔 국수가 있어야 되니까 호텔 피로연 메뉴에 없던 국수를 넣었다”며, 신나는 잔치를 앞둔 여주인공 처럼 눈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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