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의 ‘귀공자’가 ‘마당쇠’로 확 바뀌었다.
신세기 빅스의 슈터 우지원(27·1m91). 그는 90년대 중반 연승가도를 달리던 연세대의 ‘독수리 5형제’ 중에서도 ‘오빠부대’를 가장 많이 이끌고 다닌 스타.
그러나 슈터로서의 명성보다는 곱상한 외모 때문에 기량 이상으로 팬을 몰고 다닌다고 해서 일부에서는 그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관중에게 짜릿한 감흥을 주는 3점슛은 터뜨릴 줄 알아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수비는 ‘나 몰라라’하는 ‘반쪽 선수’라는 것.
이같이 평가하던 농구 전문가들이 요즘 침묵할 정도로 올시즌 우지원은 완전한 변신에 성공했다. ‘귀공자’라는 신분을 훌훌 벗어던지고 팀 플레이를 위해 ‘마당쇠’를 자처하고 있는 것.
우선 자세부터 바뀌었다. 연습을 너무 열심히 해 임근배 수석코치가 “이러다가 무리를 해 부상이라도 당하면 어떡하나”하는 게 고민일 정도.
15일 난적 삼보 엑써스를 꺾고 3연승으로 신세기가 공동 2위로 올라선 데는 우지원의 공이 컸다.
1쿼터에서 7점을 앞서나간 신세기는 2쿼터 들어 상대 슈터 허재를 막던 캔드릭 브룩스와 조동현이 줄줄이 4반칙으로 파울트러블에 걸려 벤치로 나앉았다.
이때 우지원은 상대팀 요주의 인물 허재를 전담마크하는 한편 코트를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다. 하마터면 분위기가 바뀔 뻔한 상황에서 몸을 던져 가며 허재의 분전을 블록슛으로 막아낸 것. 이는 예전 우지원의 플레이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 우지원은 “이제야 내가 아닌, 팀을 생각할 수 있게 됐다”며 뿌듯해 했다.
그러나 아직도 유재학감독은 우지원에게 ‘100점’은 주지 않는다. 5명 팀원의 하나로서 슈터의 역할을 열심히 해주면 되는데 스스로 해결사를 자처하고 슛을 난사하는 나쁜 버릇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
15일 대역전극을 끝낸 뒤에도 유감독은 “오늘도 2번이나 황당한 플레이가 있었어”라며 우지원을 나무랐다. 지난해 경기당 10번이 넘게 단독 플레이를 하던 것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지만 아직 흡족하지는 않은 것.
그렇지만 유감독은 “지원이가 이제야 경기 전체를 읽는 흐름을 깨달은 것 같다”며 내심으로는 우지원의 변신을 무척 반가워하고 있다.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