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영화]영원한 호기심의 대상 '할리우드'

입력 | 2000-11-16 20:17:00


무성영화 시절부터 첨단 디지털 영화가 만들어지는 지금까지 할리우드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면 영화배우의 시시콜콜한 모든 것이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매력적인 소재가 된다는 점이다. 촬영 도중 찍은 배우의 스틸 사진 한 장은 카페의 벽면을 장식하기에 충분하고 제작과정의 뒷이야기는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훌륭한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한다. 흑백 영화시절의 배우와 요즘 배우들의 용모를 비교하는 것부터 이제 막 스타로 발돋움하는 신인 여배우의 설렘까지 할리우드의 뒷이야기들을 매거진 특집을 통해 만나본다.

▼신인여배우의 첫작품▼

올해 21세의 신인 여배우 케이트 허드슨은 최근 굉장한 순간들을 연달아 겪고 있다. 그녀가 출연한 영화 ‘거의 유명인이 다 됐어요’의 홍보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얼굴이 길거리의 커다란 광고판과 잡지 ‘배니티 페어’의 표지에 실리는 것을 목격했다. 또 그녀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특별 개봉행사와 토론토 영화제에도 참석했다. 그리고 이제 뉴욕에서 이 영화의 특별 개봉행사를 앞두고 있다.

이 행사는 지금까지 그녀가 겪었던 어떤 일보다도 더 커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잘만 되면, 그녀는 유망한 젊은 여배우에서 진짜 스타로 가는 문턱을 순식간에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행사가 열리는 날 오후 4시30분, 그녀는 수건으로 몸을 감싼 채 지친 모습으로 자신의 호텔 방에 서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그녀의 홍보 담당, 개인 비서, 미용 담당, 메이크업 담당, 보석을 갖고 온 다이아몬드 업계의 대표 등이 진을 치고 있었다.

전국에서 개봉되는 영화에 출연한 젊고 아름다운 여배우의 일상은 언제나 이렇다. 허드슨처럼 비교적 유명하지 않은 여배우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메이크업 담당인 마크 헤일스가 허드슨에게 물었다. “눈화장을 짙게 할까? 아니면 그냥 간단하게 할까?”

허드슨이 두 번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난 사람들이 나를 가지고 야단법석을 떠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옷을 차려입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는 건 재밌지만….”

화장을 마친 허드슨은 침실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다시 거실로 나온 그녀의 모습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미용 담당인 피터 버틀러와 헤일스가 마지막 손질을 원하느냐고 묻자 그녀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말도 없이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허드슨은 문 밖으로 뛰어나가 버렸다. 버틀러와 헤일스가 차례로 말했다.

“난 허드슨이 좋아.” “다른 배우들과는 달리 소박하기 때문이지.”

그러나 허드슨은 이날 행사장에 앞에 진을 치고 있었던 수많은 사진기자의 플래시 세례를 무사히 넘겼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1112mag―debut.html)

▼사진으로 본 뒷이야기▼

매그넘 사진회사는 1960년 영화 ‘부적응자들’의 촬영현장에 세계 최고의 사진가 9명을 파견, 이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독점 촬영하도록 했다.

아서 밀러가 대본을 쓰고 존 휴스턴이 감독한 이 영화는 현대적 감각의 서부극으로 당시 최고의 스타들인 마릴린 먼로, 클라크 게이블, 몽고메리 클리프트 등이 출연했다. 그러나 먼로를 위해 이 영화의 대본을 쓴 밀러와 그의 아내인 먼로는 당시 이혼 직전의 상태였고, 게이블은 영화가 촬영되던 장소인 사막의 열기에 너무 지쳐 있었다(그는 이 영화가 완성된 직후 세상을 떠났다). 또 휴스턴은 습관적으로 지각을 하는데다가 촬영 도중 병원에 입원하기까지 한 먼로 때문에 짜증을 내고 있었다.

따라서 결국 영화 ‘부적응자들’의 유산으로 남은 것은 완성된 영화 그 자체가 아니라 매그넘의 사진가들이 찍은 놀라운 사진들이었다. 옛날에 자신의 아버지가 춤을 추던 모습을 직접 보여주고 있는 밀러, 담배 한 대를 입에 물고 오른쪽 팔을 치켜올린 채 게이블에게 연기 지시를 내리고 있는 휴스턴, 기쁜 표정을 짖고 있는 먼로를 응시하고 있는 게이블의 사진 등은 서사적일 뿐더러 친근한 느낌을 준다.

60년대에 영화배우들의 뒷이야기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강력한 소재였고 지금은 영화산업계의 영리적 목적으로까지 이용되고 있다. 엄청나게 많은 영화배우 사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것들은 베일에 감춰진 영화배우들의 삶의 모습을 알려주는 것이기보다는 할리우드의 신비화를 부추기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60년에 매그넘의 사진작가들의 사진에는 영화라는 거대한 사업과 배우의 소박한 삶이 조화를 이루는, 그런 멋이 있었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1112mag―intro.html)

▼영화배우의 얼굴▼

영화는 우리에게 온갖 종류의 꿈과 환상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 스타들 중에는 정제된 평범함으로 카리스마를 표출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미 스튜어트, 멕 라이언, 케빈 코스트너, 도리스 데이 등 바로 옆집에 사는 착한 사람처럼 보이는 배우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보다 더 드물기는 하지만, 보통사람들처럼 속세의 삶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아름다움을 가진 배우들도 있다.

배우들 사이에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은 재능과 기술적 테크닉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바로 광대뼈에 있다. 영화는 밝은 조명과 클로즈업을 통해 굴곡이 진 인간의 얼굴에 풍부한 표현을 불어넣는다. 따라서 골격구조가 좋은 사람은 영화를 통해 일종의 불멸성을 얻을 수 있다.

흑백영화 시대는 특히 광대뼈가 잘 생긴 배우들의 황금시대였다. 명암이 뚜렷한 그레타 가르보의 클로즈업 장면은 오늘날의 천연색 영화기법이나 디지털 비디오로 도저히 재현할 수 없다. 오드리 헵번과 페이 더너웨이 또한 광대뼈가 아주 잘생긴 배우들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배우들이 빛나는 아름다움보다는 자연스러움을 더 강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래스 할스트롬의 새 영화 ‘쇼콜라’는 광대뼈가 두드러지지 않은 얼굴로 광채를 발하고 있는 두 배우 조니 뎁과 줄리에트 비노쉬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두 배우가 감정적으로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가며 영화를 이끌어나갈 것인지는 아직 두고 봐야 알 일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검은 눈과 우울한 분위기는 이 영화에서 시선을 돌리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한편 비노쉬의 딸로 출연하고 있는 어린 빅투아르 티비졸의 얼굴은 일단 아이 같은 젖살이 빠지기만 한다면, 광대뼈가 잘생긴 배우들의 황금시대가 다시 한 번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1112mag―fac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