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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현장]휴맥스/'셋톱박스' 한우물 세계가 인정

입력 | 2000-11-19 18:09:00


‘첨단기술에 바탕을 둔 제조업’ ‘한 우물을 파는 세계적인 경쟁력’.

전문가들이 벤처기업 성공요건으로 가장 많이 꼽는 두가지 조건이다.

디지털위성방송 수신기인 셋톱박스 제조업체인 휴맥스는 이같은 조건을 가장 교과서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에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셋톱박스 이외의 품목에는 전혀 한눈을 팔지 않았다. 비록 셋톱박스 단일 품목이지만 올들어 지난주까지의 수출액은 1억달러를 넘어섰다. 휴맥스는 방송국 시장을 제외한 유럽의 셋톱박스 유통시장에서 필립스와 노키아 등 세계적인 기업들을 제치고 현재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회사 변대규사장(40·벤처기업협회 수석부회장·사진)은 한국과 유럽간의 경제협력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달 한국유럽학회(회장 이종원)로부터 ‘제1회 한·유럽 경영인 대상’을 받았다.

▼영상가요반주기로 첫 성공▼

▽시장을 알아야 한다〓서울대 제어계측공학 박사인 변사장이 이 회사를 처음 설립한 것은 89년 2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대학 후배 6명과 산업용정밀장비를 개발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화려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결과는 실패. 마땅한 사업을 찾지 못해 창업후 4∼5년간 다른 회사의 제품을 대신 개발해주고 돈을 받는 기술용역에 매달렸다. 여기서 번 돈으로 몇 번씩 자체제품을 만들어 팔아봤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했다. 변사장은 시련을 거치면서 ‘기술만으로는 안된다. 시장을 알아야 한다’는 점을 절절히 느꼈다.

그래서 93년 시작한 것이 가정용 디지털영상가요반주기 제조. 91년부터 불기 시작한 ‘가라오케’열풍을 타고 변사장은 처음으로 돈다운 돈을 만져보았다. ‘하이테크로 성공한다’는 사업초창기의 포부를 잃지 않은 변사장은 이 때 번 돈으로 회사가 크게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유럽 일반유통시장 점유율 1위▼

▽천리길도 한걸음부터〓25억원을 들여 연구개발에 전념한 결과 휴맥스는 96년 아시아 최초, 세계 세 번째로 셋톱박스를 개발했다. 변사장은 이 제품을 들고 자랑스럽게 유럽의 방송국 시장을 노크했다. 그러나 또한번의 문전박대. “해외시장의 벽이 높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한국에서 왔다니까 아예 만나주지를 않더군요.”

변사장은 그러나 이번에도 좌절하지 않고 시장규모가 작은 일반 유통시장부터 착실히 공략했다. 어느 순간 휴맥스의 제품이 진열대를 가득채우기 시작했다. 거들떠 보지 않던 방송국들도 서서히 휴맥스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휴맥스 브랜드는 유럽시장에서 더 빛을 발하고 있다.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