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운명의 신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의 손을 들어 줄 것인가.
미국 대통령 선거의 향방을 좌우할 플로리다주에서 부시 후보가 일반 투표와 부재자 투표를 합친 개표 결과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와의 표차를 930표로 늘림에 따라 부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개표 상황이 워낙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예측 못할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어 아직 부시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 후보가 고어 후보에 비해 여유가 있는 게 사실이다. 부시 후보는 현상만 유지하면 당선될 수 있지만 고어 후보는 현상을 뒤집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최대의 변수는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수작업 재검표를 최종 개표 결과에 포함시키도록 판결할 것인지 여부.
대법원이 17일 플로리다주의 최종 개표 결과 인증을 연기하도록 판결했지만 민주당의 요구대로 수작업 재검표를 최종 집계에 반영케 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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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민주당의 요구를 기각할 경우 플로리다주의 개표 결과는 공식으로 인증되고 부시 후보는 대통령 당선자로 확정된다. 민주당이 연방 대법원에 상고하더라도 이같은 결정에 위헌의 소지가 없는 한 주 대법원의 결정이 존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여론도 민주당측에 부정적으로 돌아설 것이 확실해 더 이상 법에 호소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수작업 재검표를 인정하라는 판결을 내릴 경우엔 팜비치 브로워드 마이애미데이드 등 3개 카운티의 재검표 결과에 따라 최종적으로 두 후보의 당락이 결정된다.
그러나 이들 카운티가 민주당의 표밭임에도 불구하고 재검표 과정에서 민주당의 기대만큼 고어 후보의 표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팜비치 카운티의 선거감독위원장인 찰스 버튼 판사는 18일 “수작업 재검표를 약 20% 진행했지만 큰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재검표가 25% 진행된 브로워드 카운티에서 고어 후보가 더 얻은 표는 52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팜비치 카운티는 전체 투표의 1%에 대해 표본 수작업 재검표를 한 결과 고어 후보의 득표 순증가가 19표로 나오자 전체를 재검표하면 고어 후보의 표가 1900표가 더 나올 수 있다며 전면 재검표를 결정했었다.
민주당측의 통계 작업에 관여하고 있는 위스콘신대의 브루스 한센 교수는 “현 추세대로라면 팜비치에서 고어 후보가 추가로 얻을 표는 200∼400표 정도가 될 것”이라며 “고어 후보에게 행운이 따라야 3개 카운티를 다 합쳐서 역전에 필요한 표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일부터 약 64만5000표에 대해 수작업 재검표를 실시하는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의 경우 작업 완료에 2∼3주 정도가 걸릴 전망이다. 개표 요원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데다 곧 추수감사절 연휴(23∼26일)가 시작돼 신속한 재검표가 어렵기 때문. 따라서 최종 개표 결과가 다음달 11일 무렵에 나오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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