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네트워크 서버용 소프트웨어 업체로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소프트웨어 업체 2위인 오라클사가 경영진 문제로 곤욕을 치루고 있다.
부사장인 개리 블룸이 전격 사퇴를 발표하면서 주가가 연일 곤두박질 친 것. 이번 발표가 갖는 의미는 크게 두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는 속담이 월가에서도 통용된다는 것. 둘째는 경영진의 움직임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역시 지대하다는 것.
오라클사의 경영진 퇴진 소문은 11월 초부터 끊임없이 나돌았다. 당시 소문은 창업자이자 현 CEO인 래리 엘리슨이 사퇴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창업자라는 특수한 신분과 IT산업분야에서의 신화적인 위치 때문에 그의 사퇴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알려지자 소문은 다른 중역들,예컨대 최고재무책임자(CFO)등에 대한 사임설로 이어졌다. 주가는 민감하게 반영하며 급격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엘리슨사장은 얼마전 직접 나서 일련의 고위 임원 사퇴설이 사실무근임을 강조,가까스로 주가 급락을 겨우 돌려 놓았다.
하지만 결국은 부사장인 게리 블룸의 사퇴 발표가 있자 상황은 다시 악화됐다. 당연히 사퇴 발표 후 주가는 다시 급락을 보이며 전저점에 다가섰다.
IT기업의 신화가 돼버린 오라클사를 이끈 엘리슨 사장의 건재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이렇게 하락한 이유는 역시 경영진의 중요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는 월가의 속성을 반영한 것.
오라클사의 중역 퇴진은 이번까지 올 들어 두번째다. 지난 7월 엘리슨 사장과의 불화설이 나돌던 최고업무책임자(COO)인 레이 래인이 사퇴한 이후 그의 업무를 승계한 블룸 부사장이 다시 사표를 던진 것. 가뜩이나 IT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화두가 되고 있는 증시에서 경영진이 잇따라 사퇴한 것에 대해 투자자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 경영진마저 흔들리는 회사라면 투자에 주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에 이어 가장 성공한 기업인이자 세계 2위의 갑부에 등극한 엘리슨 사장이 과연 컴덱스 2000 기조연설에서 밝힌 것처럼 PC보다는 네트워크 서버를 중심으로 제2의 중흥기를 이룰 수 있을지 시장은 궁금해 하고 있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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