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해서 우리가 지면 술을 살테니까 우리가 이기면 차 한 대만 사주세요.”
대우자동차판매㈜에 근무하는 김진경씨(30)는 자동차를 팔기 위해 ‘이색 제안’을 하는 ‘별난 여성’으로 사내외에 유명하다. 그녀가 제안하는 경기는 다름아닌 야구와 비슷하면서 아기자기한 여성스포츠로 인기를 더해가는 소프트볼.
직장인이면서 소프트볼 국가대표 투수이기도 한 김씨.그녀는 오전엔 남들과 같이 자동차를 팔기위해 부지런히 품을 팔고 오후엔 동료들과 함께 서울 신정여상 운동장에서 소프트볼 훈련을 하며 땀을 흘린다.
김씨는 12년째 여자소프트볼국가대표팀에 속해있는 베테랑 투수이자 대우자동차판매 소프트볼팀의 코치겸 투수.
“소프트볼의 매력이요?. 제겐 운동을 하면서 여러사람을 알게 된 게 가장 큰 매력이었던 것 같아요.”
대우자동차판매 소프트볼팀은 전국체전 4년 연속 우승 등 아직까지 단 한차례도 져 본적이 없는 국내 최강팀. 선수 11명 전원이 국가대표에 소속돼 있다.이 때문에 전국 각지의 직장 동호인팀이 한번씩 맞붙기를 원한다. 이때 그녀가 내거는 조건은 단 한가지. ‘경기를 하고 자동차를 사달라’는 것이다. 이렇게 판 차가 무려 50여대나 된다.
김씨에게 소프트볼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소프트볼을 시작하면서 인생에서 필요한 두가지를 한꺼번에 얻은 것. 하나는 직장이고 또 하나는 평생의 동반자다. 직경 9.8㎝의 공으로 한꺼번에 두 개의 스트라이크를 꽂은 셈이다.
김씨가 대학에 입학한 89년은 국내에 소프트볼이 보급되기 시작한 초창기.이 때문에 이화여대 소프트볼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국가대표팀에 뽑혔다.그녀가 어깨를 한바퀴 빙 돌려 밑으로 던지는 공의 속도는 91∼92㎞. 하지만 홈플레이트에서 마운드까지의 거리가 12.19m에 불과해 타자들이 느끼는 체감속도는 150㎞에 가깝다. 실제로 야구선수들도 그의 공을 제대로 때려내지 못한다고 한다. 게다가 체인지업,드롭볼,라이징볼 등 다양한 변화구도 구사한다는 것. 공이 커서 변화를 주기엔 야구공보다 더 쉽기 때문이다.
김씨가 소프트볼을 시작한 것은 염광여고 1학년때. “평소 운동에 관심이 많았어요. 야구도 좋아했죠. 그런데 야구와 비슷하면서도 작고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는 소프트볼에 홀딱 반했어요.”
김씨는 대학졸업후 삼익건설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96년 대우자동차판매 여자실업소프트볼팀이 창단되면서 자리를 옮겼다.
그녀가 ‘또다른 한짝’을 만난 것도 소프트볼이 인연이 됐다.95년 소프트볼 순회코치로 광주 광일고를 찾았을 때 당시 광일고 코치를 맡았던 전 해태 타이거즈 선수출신 양민석(30)씨를 만나 인연을 맺었다. 양씨는 현재 김천상고에서 소프트볼 감독을 맡고 있어 ‘소프트볼 커플’이다. 김씨는 요즘 고민이 하나 있다.어려운 회사사정으로 혹시 소프트볼팀이 해체되지나 않을 까 하는 우려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메달을 꼭 목에 거는 게 소원인데…”.
ssoo@donga.com
▼소프트볼은 어떤 운동?▼
소프트볼은 야구에 매력에 느끼는 여성들이 즐길 수 있는 운동.
야구와 비슷하지만 약간 차이점이 있다.일단 운동장 규모가 작다.야구는 홈플레이트에서 펜스까지의 거리가 보통 95m이상인 데 반해 소프트볼은 60m정도. 각 베이스간 거리도 18.29m로 짧다. 투수―포수간 거리는 야구의 18.44m에 비해 12.19m(여자)로 가까워 투수들이 밑으로 던지는 100㎞대의 구속은 타자에게 160㎞정도의 스피드로 느껴진다.
공은 직경 9.6∼9.8㎝로 야구보다 크고 가볍지만 방망이는 짧고 가늘어 볼의 중심을 맞히기가 쉽지 않다.
경기방식은 야구와 비슷하지만 투구는 반드시 언더핸드스로로 해야 하며 각 루상의 주자는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에 움직일 수 있다.만약 그전에 루에서 벗어나면 아웃처리된다.정식경기 이닝은 7회. 소프트볼은 1900년 야구선수들의 겨울 트레이닝을 위해 고안됐으며 현재 미국이 세계적인 강국이다.아시아권에선 중국―일본―대만순.북한도 35년역사를 갖고 있어 한국보다 강하다.올림픽과 아시아경기대회 정식종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