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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씨 활동제한…국정원 '反김정일 입' 사실상 봉쇄

입력 | 2000-11-21 18:52:00


국가정보원이 황장엽(黃長燁)전 북한노동당 국제담당비서의 활동을 제한하고, 황씨가 이에 반발해 ‘남북통일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란 성명을 발표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황씨는 성명에서 “문제가 된 자신의 글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를 위하여’(탈북자동지회 소식지 ‘민족통일’ 11월호 게재 예정)를 일반에 공개하고 국민의 공정한 심판을 받겠다”는 의사를 밝혀 국정원 측에 정면으로 대응할 태세다.

황씨가 탈북자들을 관리 감독하는 국정원에 대해 ‘반기(反旗)’를 든 것은 전례 없는 사건이다. 황씨는 일반 탈북자들과 달리 국정원 구내 안가(安家)에서 생활하며 특별관리를 받아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황씨에 대한 국정원의 활동제한조치에 대해서는 일단 비판적인 시각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황씨는 누가 뭐래도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층의 생각과 북한체제의 특수성을 가장 잘 아는 탈북자 중의 한 사람이다. 따라서 황씨의 입을 막는 행위는 정부의 대북정책 수립은 물론 국민의 균형 있는 대북관 형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국정원 측은 21일 황씨의 성명에 대한 반론을 통해 “최근 (황씨의) 대북 자극 발언으로 (황씨에 대한) 북한의 테러위협 가능성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해 외부활동에 자중을 권장하고 협조를 요청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 측은 또 “황씨가 망명 이후 각종 논문과 책자들을 아무런 제한 없이 발간했다”면서 “그동안 발간된 책자가 8종 12권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또 “황씨는 김정일위원장이 미워서 나왔고, 제거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지만 정부는 김위원장체제를 ‘현실’로 인정하고 그를 상대로 대화하고 있기 때문에 입장이 상충된다”고 말했다. 황씨와 갈등이 있다면 궁극적으로 이런 입장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일 뿐이라는 얘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씨의 성명을 보면 국정원이 황씨의 북한체제 비판이 정부의 포용정책과 맞지 않기 때문에 여러 형태로 제한을 가하려 했음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국정원은 또한 황씨가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면담요청을 거절한 것이나, 국회 국정감사 출석요청을 거부한 것도 모두 황씨의 자발적 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말해 왔다. 그 증거로 황씨가 썼다는 친필 메모를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황씨의 성명과 내용의 강도를 보면 이 대목에 대해서도 국정원 측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게 만든다. 국정원의 개입 또는 강요 여부를 확언할 수 없지만, 국정원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을 반박하고 다니는 황씨를 한나라당이 버티고 있는 국정감사장에 그냥 내보내리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관된 햇볕정책과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남북문제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대처해 왔다는 이 정부에서 과거 권위주의 정권 때와 똑같은 ‘탈북자 입 막기’와 ‘정치적 이용’ 행태가 자행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는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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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