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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드라마 '가시고기'현장, 정보석 뜨거운 부성애

입력 | 2000-11-22 18:31:00


“어휴, 얘가 너무 춥겠다. 이러다가 정말 감기 걸리겠어.”

21일 오후 5시. ‘추위를 꾸어서라도 춥다’는 소설(小雪)을 하루 앞둔 탓인지 대구 계명대 캠퍼스는 바람이 유난히 매서웠다.

코끝이 빨개진 탤런트 정보석(39)이 얇은 환자복 차림으로 휠체어에 앉아 떨고있는 아역 탤런트 유승호군(7)의 몸을 손바닥으로 연신 부벼주고 있었다.

승호에게 파카를 먼저 덮어주고나서 자신도 잠바를 걸치더니 그래도 추웠는지 누군가에게 “내 코트 좀…” 했다. 스탭이 코트를 갖다주자 그는 아이 몸을 코트로 꼼꼼히 싸줬다. “이젠 괜찮지?”

조창인의 소설 ‘가시고기’의 드라마 촬영현장. ‘가시고기’는 백혈병에 걸린 아들을 살리기 위해 한쪽 각막과 시인으로서 마지막 자존심까지 치료비와 맞바꾸어야 했던 한 아버지의 눈물겨운 부성애(父性愛)를 그린 소설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만큼 정보석과 승호의 호흡이 드라마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인. “촬영 중 언제 가장 슬펐느냐”는 질문에 “어린 승호가 막상 머리를 빡빡 깎고 촬영 현장에 나타났을 때”라고 할 만큼 정보석은 이미 승호의 ‘아빠’가 돼 있었다.

이날 촬영은 병원 뜰을 배경으로 한 씬들을 묶어 진행했다.

가족을 버리고 프랑스로 떠난 엄마(박지영)를 기다리며 아이가 아버지와 벤치에 앉아있는 장면, 항암치료로 고통받는 아들을 보다 지쳐 하염없이 비를 맞고 있는 아버지 모습, 옆 침대에 누워있던 아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아들에 대해 불길한 예감을 갖는 장면 등이다.

열한 살, 아홉 살 짜리 두 아들을 두고 있는 정보석은 “‘가시고기’를 읽고 엄청나게 울었다”며 “나도 아들을 둔 아버지인데다 대학교 때 각막을 다쳐 왼쪽 눈이 잘 안보이고, 어릴 적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던 기억 등 소설속 주인공과 비슷한 면이 많아 꼭 이 역을 맡고 싶었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원작에 최대한 충실하되 이 시대 ‘아버지’들의 외로운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간암에 걸린 주인공의 임종을 여자 후배가 지켜보는 소설의 마지막 장면과 달리 쓸쓸히 혼자 숨지는 것으로 설정했다.

4부작 특집극 ‘가시고기’는 다음달 8, 9일에 방영된다.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