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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한국축구 해결책은 단 하나 "길게 보라"

입력 | 2000-11-22 18:40:00


축구국가대표팀의 신세대 스타인 모 선수는 최근 한국축구의 부진과 관련한 TV 토론을 본 뒤 한 인터넷 홈페이지에 하소연했다.

“20대 초반밖에 안된 제 동기들이 뭐하고 있는 줄 아세요. 유소년 클럽이나 어린이 축구교실 같은데서 코치하고 있어요. 자격증도 쉽게 만들 수 있어서 다들 할 일 없으면 어디 가서 코치라도 하겠다고 쉽게 이야기해요. 어린 선수들이 기본기와 개인기를 배울 수 있는 시기에 엉터리 선생으로부터 엉터리 지도를 받고 있는 셈이죠.”

국가대표팀의 잇단 부진에 이어 청소년팀마저 21일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허무하게 무너지자 축구팬은 물론 축구 관계자조차도 넋을 잃은 표정이다.

허정무 전 대표팀감독은 22일 “솔직히 국가대표 선수조차 기본기가 안돼 있다. 기초가 전무한 상태에서 이만큼 유지하는 것도 대견한 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연령별로 우수한 외국인 코치를 초빙해 유망주들을 교육시키는 한편 이들이 마음껏 볼을 찰 수 있는 잔디구장을 갖추는 것이 축구발전의 필수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축구를 1년간 연구하고 돌아간 일본 아사히신문 나카코지 축구전문기자는 “J리그는 출범 때부터 의무적으로 각 클럽팀이 연령별 유소년팀을 보유하도록 했고 이 결과 어린 선수들이 좋은 시설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바로 이 점이다. 일본 지도자는 먼 훗날을 보고 어떻게 하면 좋은 선수를 만드느냐에 관심이 있는 반면 한국은 선수를 당장 어떻게 써먹어 이길 수 있느냐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일동포 축구 프리랜서 신무광씨는 “일본의 경우 선진 기술을 받아들이면 프로 클럽팀을 통해 유소년 선수들까지 체계적이고 일괄적인 방법으로 훈련시키고 있다. 반면 한국은 프로팀만 봐도 10팀10색이다. 일본 대표팀 감독은 필요한 자리에 적합한 선수를 잘 뽑기만 하면 되는 반면 한국 대표팀 감독은 선수를 선발한 뒤 자신의 전술에 맞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에서 일시 귀국한 이장수 충칭감독 역시 “중국만 해도 각 클럽팀에서 연령별 유소년팀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상하이의 돈 있는 구단은 매년 30여명씩 뽑아 브라질로 유학을 보내고 있다”며 그렇게 하지 못하는 한국축구의 부진은 단기간에 나아질 전망이 없다고 우려했다. 내달 20일 한일전이 있지만 최근 일본에서는 대회 의미 자체를 평가절하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일본축구에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는 한일전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회의론 때문이다.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