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의료계는 지난해 5월 시민단체 및 약계와 의약분업에 합의한 뒤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6개월 뒤 약가마진을 없애는 ‘의약품 실거래가 상환제’가 시행되자 분업반대를 외쳤다. 회원 의견을 수렴하지 못했다며 의협 집행부를 교체한 건 올 4월.
사례2. 의료계의 1차 총파업(6월 20∼25일)이 끝난 뒤 정부와 국회는 7월 초 의약계와 함께 약사법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의협 산하 의권쟁취투쟁위원회는 계속 제동을 걸어 합의를 무산시켰다. 할 수없이 정부가 직권으로 개정안을 제출해 국회에서 통과시키자 의료계는 전공의 파업을 계기로 약사법 재개정을 요구했다.
의약분업 반대투쟁과 관련해 의료계가 말을 바꾸고 내부 갈등을 겪어 사태해결을 어렵게 만든 것은 한두번이 아니다. 21일 약사법 재개정 수용여부에 대한 투표가 끝난 뒤 의료계가 내분에 휩싸인 것도 이런 전례로 볼 때 이미 예고된 일일지도 모른다.
의협과 의쟁투는 투표 전부터 개정안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발표해 회원들을 혼란에 빠뜨리다가 표차이(247표)가 근소하게 나오자 급기야 부정투표 시비를 벌이고 있다.
이에 앞서 신상진 의쟁투위원장은 투표가 이뤄지기 전인 17일에도 “의―약―정 회의결과를 우리 의료계가 합의한 것처럼 호도하는 정부와 언론의 행태에 심한 우려를 표한다”며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회의결과를 가지고 수용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는 우리 내부의 행태”라고 말했다.
그는 ‘현사태에 대한 나의 입장’이라는 이 글을 통해 의―약―정 협의결과를 수용하지 말 것을 노골적으로 주장했다.
의쟁투와 전공의의 실력저지로 아수라장이 된 기자회견을 뉴스를 통해 본 한 독자는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의사들이 늘 독점적인 의료기술을 행사하며 권위를 인정받아 왔기 때문에 자기만 옳다는 생각에 빠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송상근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