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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치솟는 환율 1176원…연중 최고치

입력 | 2000-11-22 18:41:00


환율이 5일 연속 가파르게 상승했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전날보다 9.4원 오른 1176.5원으로 마감됐다. 작년 11월17일(1178원) 이래 1년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

이날 환율은 국책은행이 오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달러화를 시장에 내놓은 데다 최근 환율급등에 따른 경계매물 및 수출대금 물량이 나오면서 1164원으로 시작, 116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환율이 하락할 때마다 달러화 결제를 해야하는 기업체들의 ‘사자’수요가 흘러들었고 대만통화가치 급락소식이 전해지면서 오후 들어 급등, 한때 1178.5원까지 오르는 폭등세를 보였다. 한 외국계은행은 “값에 관계없이 달러를 사겠다”고 나서 환율상승을 부추겼다.

이날 미국 달러화에 대한 대만달러는 중앙은행 개입중단으로 심리적 지지선인 32.5가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32.99까지 치솟았고, 원화가치 역시 이에 영향을 받아 동반 하락했다.

한 외환 딜러는 “국책은행이 최저 거래단위인 50만달러씩 ‘팔자’주문을 냈지만 엄청난 달러수요를 감안할 때 이는 ‘언 발에 오줌누기’나 다름없었다”며 “정부가 환율급등을 막을 의지가 있다면 외환보유고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딜러는 “정부가 수출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어느 정도 환율상승을 용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판에 ‘실탄’을 쓰지 않고 말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하자 실망한 나머지 무조건 달러를 사자는 고객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정유 SK정유 LG칼텍스 S―오일 등 4개 정유사는 환율안정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달러 현금결제를 집중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22일 오후 재정경제부와 회의를 갖고 이렇게 결정했다.

김용민 재경부 국제금융심의관은 “정유사들이 원유대금을 달러현금으로 결제하면서 달러에 대한 수요가 일어나고 이는 원화가치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정유사들은 외환시장이 불안한 만큼 달러현금 결제가 집중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데 합의했다”면서 “ 회사별로 현금결제를 줄이고 3∼6개월 뒤 대금을 지급하는 신용결제를 확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