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첫 스키시즌에 걸맞은 새로운 스키가 태어났다. 프랑스 살로몬사에서 개발한 ‘파일롯(Pilot) 시스템’ 스키다. 특징은 전용 바인딩을 스키의 측면(사이드월)에 결합시킨 것. 일명 ‘바인딩 스키’라 불린다.
4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스키역사. 그러나 플레이트와 부츠, 바인딩과 폴 등 스키장비를 유기적으로 조작, 필요한 힘과 토크를 스키에 전달해 속도를 제어하며 내리막을 달릴 수 있도록 한 현대 스키가 선뵌지는 불과 50년 정도다. 그동안 스키는 첨단소재로 충격흡수 뒤틀림방지 설면접지력을 향상시킨 플레이트, 부상방지와 효율적인 힘전달을 실현한 부츠, 과도한 하중이 걸릴 때 부츠를 스키로부터 이탈시켜 부상을 막는 장치인 안전 바인딩 채용 등으로 첨단과학의 총아라 불렸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변하지 않은 것은 바인딩을 플레이트 윗면에 나사못을 위에서 아래로 박아 넣어 고정시키는 방식.
살로몬의 파격은 이 부분에서 일어났다. 바인딩을 플레이트 윗면이 아니라 측면(사이드월)에 고정시키는 것. 카빙턴시 부츠 바닥면 부분까지 포함한 플레이트 전체가 회전호를 따라 동그랗게 휘도록 하기 위해서다. 완벽한 카빙턴 실현과 동시에 회전시 발생하는 설면의 반발력을 사이드커트의 설면 접지력으로 환원시켜 안정된 회전을 돕겠다는 것. 기존 방식에서는 회전시 부츠 바닥면의 플레이트가 휘지 않는다.
8월 뉴질랜드 남섬의 카드로나 스키장에서 살로몬의 ‘스크림10 파일로트’(회전반경 17.25m) 스키로 성능을 테스트했다. 경사 23도의 딱딱한 설면에서 카빙턴을 시도한 결과 스크림10은 놀라운 접지력과 함께 예리한 카빙턴을 무리없이 실현시켰다. 부드러운 플레이트 스키로도 똑같은 회전반경의 카빙턴을 구사할 수 있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 힘의 손실이다. 부드러운 스키는 회전시 플레이트를 통해 전달되는 반발력이 밋밋했지만 파일롯 시스템은 강력했다. 그 힘은 설면 접지력으로 환원됨과 동시에 다음 턴을 돕는 추진력이 된다. 덕분에 스키어는 다이내믹한 회전을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
살로몬 수입사인 스타코의 윤범진차장은 “점점 짧은 스키, 타기 편한 프리라이딩 스키, 어떤 설면이든 어떤 형태(회전 대회전 활강 모굴)든 다 소화하는 올라운드 스키를 선호하는 요즘 추세를 따른 것”이라면서 “짧은 회전반경의 예리한 카빙턴을 정확하고 유연하게 만들고 고속에서 안정된 주행을 보장하는 타기 편한 짧은 스키.”라고 덧붙였다. ‘파일로트’는 바로 이같은 ‘조종성’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올 시즌 신개념의 ‘바인딩 스키’가 전세계 스키어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국내 수입된 수백대 중 상당수는 이미 마니아들에게 팔린 상태다. 문의 (주)스타코 02―518―28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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