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한중일 산업협력방안’ 심포지엄에서 삼성경제연구소의 업종별 수석연구위원들이 전자 기계 자동차석유 화학 인터넷 문화 등 6개 분야별로 경협방안을 제시했다.
▽전자산업(고정민 수석연구원)〓일본은 세계 2위, 중국은 3위, 한국은 5위의 전자강국이다. 하지만 표준주도권 등 전자산업의 헤게모니를 구미 강국에 빼앗기고 이들에 끌려다니는 실정이다. 부품 표준화, 부족한 통신망과 IT인력, 기술이전, 취약한 마케팅 등을 보완한다면 보다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협력방안으로 공동 표준화의 설정과 인터넷 시대에 대응한 인프라의 구축을 제안한다. 우선 3국 공동으로 제4세대 이동통신 표준을 정하고 항공우주 디지털가전 무선통신 등의 분야에서 표준을 위한 공동연구를 하는 것이다. 또 3국간 컴퓨터 부품을 표준화해 부품거래를 활성화하고 공동위성채널 등을 설립하면 좋을 것이다.
▽기계산업(김정호 수석연구원)〓세계적으로 기계산업의 디지털화가 이뤄지고 있다. 기계제품은 네트워크상에서 원격제어할 수 있고 다양한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도록 자동화되는 추세다.
일본과 중국의 기계산업은 구조조정기에 있다. 일본은 고령인구가 많아지고 범용기계 제작은 개도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본식 일관생산체제가 어려움에 부딪혔다. 중국은 거대한 시장규모를 바탕으로 선진기업의 기술을 유치해 중국기계산업 근대화를 추진중이다. 한중일은 협력을 통해 구미 업체에 공동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3국이 기술이전 및 공동 연구시스템을 구축하고 3국간 분업과 모듈화를 통해 주문생산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자동차산업(복득규 수석연구원)〓3국 모두 세계 10위안에 드는 자동차 생산국. 각기 자동차산업을 국가의 전략산업으로 삼아왔기 때문에 협력보다는 견제하는 관계였다. 한국과 중국은 일본의 부품을 수입하되 완성차 수입은 억제하고, 일본은 부품을 수출하되 핵심기술의 이전은 꺼려왔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업계의 인수합병이 이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3국간 협력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3국은 부품과 디지털 전략 부분에서 협력을 꾀해야 한다. 국가별로 진행하고 있는 부품 모듈화를 3국이 통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 차세대 자동차에 대한 부품 모듈도 공동개발해야 한다.
▽석유화학산업(구본관 수석연구원)〓중국은 수입하고 한국과 일본은 중국시장을 놓고 수출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시설이 남아돌아 골치를 앓는다. 기술집약적 사업으로 구조를 바꿔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중국은 세계적인 화학제품 생산국이지만 아직도 시설이 부족하고 자금과 기술 조달도 어렵다.
반면 구미 화학업체들은 대규모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꾀하고 있다. 이들은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 진출을 노리고 있다. 중동지역도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설비를 대대적으로 늘려 아시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수송 정제 판매 등 다운스트림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
▽인터넷산업(김근동 수석연구원)〓올들어 한중일 인터넷 협력사례가 크게 늘었다. 한국기업은 유선인터넷 솔루션과 네트워크게임 등으로 일본과 중국에 진출했고 일본은 무선인터넷기술로 한국시장에 진출했다.
한중일 3국간 인터넷 산업 협력을 위해서는 △현지기업과의 제휴강화 △벤처 자금 유출입 규제 완화 △전자상거래 표준화 △외국 기업에 대한 컨설팅의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
▽문화산업(김휴종 수석연구원)〓한국의 문화산업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고 중국은 문화가 아직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하지 못한 상태다. 일본은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서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나 인구의 고령화와 장기적인 경제불황 등으로 상대적 역동성이 부족하다.
세계 문화 시장의 70∼80%를 차지하는 미국의 독주는 계속될 것이며 디지털 시대의 도래와 함께 국경을 초월한 메이저 회사들의 시장 독점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한중일 세 나라는 아시아적 콘텐츠의 공동 창조를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도모하고 미국의 시장 독점에 맞서야 한다. 한국은 시장 역동성과 인력, 일본은 자본과 기술력, 중국은 잠재적인 시장규모와 콘텐츠의 원천을 공급하면서 협력하는 게 바람직하다.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