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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 해외에 팔아라"…전문가들 긴급좌담서 주장

입력 | 2000-11-22 18:56:00


경제 관료와 국민이 대기업의 해외매각을 국부유출로 보고 현대건설 등을 해외에 팔지 못하게 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경제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기업들이 긴급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일반 채권 및 투기등급 채권의 만기가 돌아오는 내년 하반기에 다시 고비를 맞게될 것이라는 경고도 제기됐다.

ING 베어링의 빌 헌세이커 상무,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존 버튼 서울특파원, 삼성증권 의 이남우상무는 22일 동아일보사에서 열린 긴급대담 ‘한국경제―해법은 무엇인가’에서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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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제2위기 오나/전문가 긴급대담]

버튼 특파원은 “현대건설이 영업이익으로 부채를 갚지 못하는 상황이 왔는데도 해외매각은 논의조차 없었다”며 “해외매각이 장기적으로는 현대건설에 더 많은 이익과 일자리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헌세이커 상무는 “한국기업이 6개월 이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가 영업이익에 비해 너무 많고, 비과세 혜택을 주면서 만기 연장시킨 후순위채권(CBO) 및 하이일드 펀드 환매문제가 내년 한국경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버튼 특파원은 “현대전자의 공개된 회사채도 4조원대지만 ‘감춰져 있을 폭탄(hidden bomb)’같은 부채가 많을 것인 만큼 즉각적인 해외 매각만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버튼 특파원은 이어 “씨티은행이 현대전자의 채무 재조정에 착수했지만 이는 신규 자금지원이 아니라 채무 스케줄을 바꾸는 것일 뿐이어서 현대전자의 근본적인 부채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상무는 “현재 정부는 벤처중심의 기업육성, 기업구조조정, 남북경협 등 3가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모두 성공하기는 어렵다”면서 “지금은 모든 역량을 기업구조조정에 쏟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상무는 또 “내년 경기와 관련해 1·4분기에 바닥을 친 뒤 상반기에 4% 가량 성장할 것”이라며 “4%대 물가상승, 11∼12%의 수출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헌세이커 상무와 버튼 특파원은 “한국이 내년초까지 어려움을 겪겠지만 한국은 동아시아 시장에서 갖는 상대적 우위와 잠재력이 있어 외국인 투자자는 빠져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