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는 인간의 궁극적 꿈이다. 과학자들은 지난 30여 년 동안 노화 연구에 매달려 왔지만 장수의 길을 여는데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냐에 대해 과학자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장수는 자연의 섭리에 거역하는 것”이란 비관적 견해와 “노화와 관련된 유전자가 밝혀져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낙관적 주장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과학주간지 ‘네이처’ 최근호는 노화 연구 특집에서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종합 소개했다.
흥미로운 점은 적게 먹고, 출산을 늦추는 게 장수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노화 현상은 여전히 미궁〓미국 캘리포니아대(샌프란시스코) 의대 레오나드 헤이플릭 교수는 “그동안 사람의 노화 과정에 대한 이해에는 눈에 띌 만한 진전이 없었다”고 말한다.
금세기 들어 사람의 기대수명은 선진국의 경우 1900년 49세에서 1970년 70세, 1997년 76세로 늘었다. 이는 노화를 늦춰서라기보다 전염병을 퇴치했기 때문이다. 지난 10만 년 동안 인간의 한계수명은 여전히 약 125살의 벽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유해산소가 노화의 주범〓사람은 영양분을 산화시켜 에너지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산화력이 매우 큰 산소 이온이 부산물로 나와 DNA나 단백질 같은 생체분자에 심각한 변형을 일으킨다. 우리 몸에는 이런 손상을 수리해주는 효소들이 있지만 계속적인 손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영양섭취 제한하면 노화 늦어져〓쥐에게 먹이를 평소의 절반만 줄 경우 수명이 70% 정도 길어진다. 연구자들은 칼로리 제한이 대사를 늦춰 노화의 원인인 유해산소를 덜 만들어 내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과학자들은 성장과정에서는 영양분이 필수적이지만, 어른이 되면 단백질 등 영양 섭취를 줄여 몸무게를 유지하는 것이 노화를 늦추는 길이라고 지적한다.
▽유전자는 장수보다 번식에 더 관심〓유전자는 번식 시기까지 개체의 생존을 위해 정교한 프로그램을 가동시키지만 그 이후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영국 뉴캐슬대 노인학과 토마스 컥우드 교수는 “자연은 개체의 젊음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보다 생식을 통해 새로운 개체를 만드는 쪽을 택한 셈”이라고 말한다.
▽출산 늦추면 장수〓초파리에 대한 실험 결과 짝짓기를 늦추면 수명이 길어진다. 컥우드 교수는 “몸이 생식에 투자하고난 뒤에는 세포의 유지와 보수를 소홀히 하기 때문에 노화가 빨라진다”고 설명한다.
그는 740년부터 1875년 사이에 태어난 영국 귀족 여성 1만3667명의 출산과 사망 당시 나이의 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81살 이상 산 여성의 거의 절반이 출산 경험이 없었다.
▽노화 자체가 가장 강력한 발암인자〓암은 유전자의 질병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포 내 DNA의 손상이 축적되어 생기는 병이다.
나이가 듦에 따라 암에 걸릴 확률은 급격히 커진다. 특히 폐암이나 대장암 등 상피조직의 암 발생률이 현저히 높아진다. 계속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특정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세포분열을 조절하는 능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난치병 해결해도 15년 더 살 뿐〓노년의 3대 사망원인인 심혈관질환, 뇌졸중과 암을 완전히 정복하는 것은 인류의 꿈이다. 실망스럽게도 이런 꿈이 실현되더라도 선진국의 경우 인간의 기대수명은 15년 정도 늘어나는데 불과하다. 사람은 태어나서 평균 90년 조금 넘게 살게 된다는 말이다.
▽노화 관련 유전자 연구 활기〓상당수 과학자는 노화를 지시하는 특정한 유전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노화 현상을 거의 보이지 않는 바다가재나 무지개송어의 세포에는 텔로머레이즈가 많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세포수명에 관계되는 유전자인 텔로미어의 손상을 복구시키는 효소이다. 또 초파리에서 유해산소를 없애는 효소인 과산화물불균화효소(SOD)의 유전자를 과잉으로 발현시키자 수명이 40∼50% 늘어났다는 결과도 나왔다. 항산화제를 투여하자 선충의 수명이 50%나 늘어났다는 연구결과도 최근 발표됐다. 분자생물학자들은 노화 연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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