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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첨단기술]전자회로 필수품 열전반도체

입력 | 2000-11-22 18:56:00


요즘 모터 소리가 나지 않는 작은 냉장고가 인기다. 이 냉장고에는 일반냉장고와 달리 모터, 프레온가스, 파이프가 없다. 냉장고 속에 오직 반도체가 있을 뿐이다.

요술의 주인공은 ‘열전반도체’. 반도체의 냉각 원리는 1834년 프랑스의 물리학자 장 샤를 펠티에가 발견했다. 이 기술은 2차 대전 후 미사일, 우주선의 전자회로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데 이용되기 시작해 80년대부터 일상 생활에 파고들었다.

열전반도체는 서로 다른 N형과 P형 두 개의 반도체로 이루어져 있다. 반도체의 주성분은 비스무트, 안티몬과 텔루륨. 이들 반도체를 구리 전극 사이에 넣고 양쪽 전극에 플러스와 마이너스 전기를 가하면 반도체의 한쪽은 70℃까지 온도가 올라가고, 반대편은 ―10℃까지 온도가 내려간다.

열전반도체는 냉각은 물론 가열도 할 수 있어 요즘 인기인 차량용, 피크닉용 냉온장고에 사용된다.

청호나이스는 열전반도체를 이용한 전자냉각 방식의 냉정수기, 김치냉장고, 화장품케이스 심지어는 보석함까지 생산 판매하고 있다. 음식점용 찬 물수건 제조기도 나왔다. 차량용 캔 쿨러, 혈액보관기, 자판기, 항온항습기, 에어컨, 졸음방지기 등 열전반도체의 응용 범위는 끝이 없다. 일본 도요타는 시트 속에 열전반도체를 깔아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듯하게 해주는 자동차도 내놓았다.

하지만 열전반도체는 기존 냉장고에 비해 효율이 20∼25%밖에 안 되는 게 약점이다. 열전반도체 전문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현도빈 박사는 “냉각 효율이 낮기 때문에 전자냉각 방식은 40ℓ 이하의 소형 냉장고에서 경제성이 있다”고 말한다.

반면 열전반도체는 국부 냉각이 쉽고, 온도 조절을 정확히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요즘 나오는 펜티엄Ⅲ 프로세서 뒤에는 냉각용 열전반도체가 붙은 게 많다. 또 이동통신 무인기지국, 항공기 블랙박스, 적외선 탐지기, 미사일 유도회로 등 고속 연산 때문에 열이 발생하는 전자회로에는 열전반도체가 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열전반도체에 전기를 가해 냉각과 가열을 하는 것과 반대로 이 반도체에 온도 차이를 주면 전기가 발생한다. 이 원리를 이용해 한국전기연구소 이희웅 박사팀은 폐열로 전기를 생산하는 1㎾급 발전기를 개발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열전반도체의 재료를 대부분 수입했으나, 최근 충남대 천병선 교수팀이 품질 좋은 재료를 값싸게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대광세마이컨과 공동으로 열전반도체 대량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do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