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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성장률 내리막길…3분기 9.2% 머물러

입력 | 2000-11-22 18:56:00


3·4분기(7∼9월)에 우리 경제가 9.2% 성장했다. 이는 지난해 1·4분기(5.4%) 이후 가장 낮은 수치. 전년 동기대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작년 4·4분기 13.0%를 정점으로 계속 둔화되는 추세다.

한국은행은 22일 “3·4분기 실질 GDP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9.2%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한은 정정호(鄭政鎬)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에 비해 성장속도가 둔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가 하락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전년 동기대비가 아니라 전분기와 비교하면 성장률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이 성장을 주도〓한국은행은 “3·4분기 GDP 성장률 9.2%는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평가한다. 비교시점인 작년 같은 기간에 12.8%의 고성장을 했기 때문에 이 정도도 양호하다는 것.

이는 전적으로 수출이 호조를 띠었기 때문. 3·4분기 수출은 23.6%나 증가, 성장세를 이끌었다. 수출부문의 GDP성장 기여율은 65%로 전년동기의 38.2%보다 크게 높아졌다.

반면 소비와 투자 등 내수(內需)부문은 6.8% 성장에 그쳐 GDP성장 기여율이 61.8%에서 34.9%로 낮아졌다.

내수시장 성장세가 둔화한 것은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불안, 증시침체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휴대전화 보조금지급 폐지, 의료계 파업 등 특수요인이 가세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보통신 의존도 심화〓컴퓨터 반도체 통신 방송 등 정보통신산업의 성장이 눈부셨다. 3·4분기 정보통신산업 성장률은 43.3%로 작년 2·4분기 이후 6분기 연속 40%대의 성장을 거듭했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산업의 GDP성장 기여율은 작년 동기 32.9%에서 올 3·4분기에는 59.6%로 높아졌다. 수출에서도 정보통신상품은 48.4%의 증가율을 보여 3·4분기 수출기여율이 73%에 육박하고 있다.한은 정국장은 “지표경기와 체감(體感)경기의 차이가 큰 것은 정보통신산업 급성장 때문”이라며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정보통신산업은 자동차 석유화학 등과는 달리 전후방 연쇄효과가 적다는 단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4·4분기 전망〓10월이후 민간소비가 크게 위축돼 아무래도 3·4분기에 비해 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게 한은의 전망. 소비자경기지수 등 각종 선행지표가 악화된 데다 민간소비도 98년 2·4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서 내수시장이 갈수록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한국은행은 “3·4분기 석달 중에서도 9월의 수치는 7, 8월에 비해 좋지 않았다”며 “대기업 퇴출과 구조조정 등으로 실업률이 높아지고 20%대를 유지하던 수출증가세도 10월에는 10%대로 떨어진 것도 걱정스러운 요인”이라고 말했다.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