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가 인생의 동반자인 여자, 문훈숙.’
발레리나 문훈숙(37·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이 발레무대를 떠난다. 유럽 6개국 순회공연 중 만난 문단장은 “직접 무대에 서는 것보다 단장으로서 유니버설발레단을 세계적인 발레단으로 만드는 일에 전념하고 싶다”고 말했다.
◇ 발가락 부상…현역활동 한계
“유럽순회 공연 무대는 22차례지만 저는 세차례 밖에 서지 못했어요. 발가락 부상으로 5월 이후 제대로 연습을 하지 못했어요. 영국 공연 때 무리해서 무대에 서긴 했는데 평론가들이 ‘다리가 약하다’고 정확히 약점을 집어 내더군요. 오스트리아 빈에서 한 ‘지젤’ 공연을 고별무대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어요.”
인터뷰 도중 옆에 있던 발레단 관계자가 “아직 은퇴를 공식 결정한 것은 아니다”며 문단장의 공식 고별무대를 마련하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문단장은 “다시 어떻게 무대에…”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 "발레단 키우는 일에 전념"
“8세에 발레를 시작했으니까 30년 동안 발레와 함께 한 셈이지요. 토슈즈(앞부분이 딱딱한 발레용 신)를 일주일에 평균 1, 2개씩은 망가뜨렸으니까 모두 합치면 적어도 1500켤레는 될 거예요. 발레는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저는 특히 완벽주의적 성격 때문에 자학하다시피 연습에 몰두하곤 했어요. 아쉬움이 많지만 유니버설발레단을 키우는 일이 남아 있어 다행이예요.”
모나코 왕립발레학교를 졸업한 문단장은 각종 무용콩쿠르 입상과 수많은 해외공연을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발레리나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문단장은 통일교 문선명 교주 아들과의 영혼결혼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등 발레외적 요인으로도 관심을 끌어왔다. 시아버지인 문선명 교주와 친정아버지인 박보희 한국문화재단 이사장은 영혼결혼한 문단장을 위해 1984년 유니버설발레단을 창단, 매년 수십억원씩 지원해 왔다. 영혼결혼과 발레와의 긴여행은 문단장에게 이름을 세 개나 만들어 주었다. 결혼후 시댁의 성을 따라 ‘문훈숙’으로 이름을 바꿨고 해외에서의 활동을 위해 ‘줄리아 문’이라는 예명을 만들었다. 법적으로는 성을 바꿀 수 없어 아직도 여권에는 ‘박훈숙’으로 돼 있다.
문단장이 유럽 순회공연 도중 서울에 있는 아들과 학교숙제 등에 대해 오랫동안 다정스럽게 전화통화하는 모습을 보고 ‘영혼결혼을 했다는데 어찌된 일인지’ 의아했다.
◇ 초등학생 양아들에 애틋한 사랑
“시동생의 아들인 조카를 세 살 때 양자로 들였어요. 초등학교 2학년인데 공부도 열심히 하고 아주 귀여워요. 아이에게 ‘너는 엄마가 둘이니 다른 사람보다 두배는 더 행복한 거야’라고 말해주곤 해요. 아이가 저와 친엄마를 모두 잘 따라요.”
아들 얘기를 하는 문단장의 모습에서 기르는 정의 애틋함과 낳은 정을 느낄 수 없는 여자의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듯 했다.
문단장은 “내년은 유니버설발레단이 세계 굴지의 발레단으로 자리잡느냐를 판가름하는 고비가 될 것”이라면서 “내년에도 ‘라 바야데어’를 갖고 미국 뉴욕 워싱턴과 유럽 무대를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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