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주도하고 미국과 중국이 보장하는 ‘2(남북)┼2(미중)’ 형태의 평화협정 체결문제와 북―미관계 정상화는 어떤 상관관계에 있을까.
이정빈(李廷彬·사진)외교통상부장관은 22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한미협회(회장 정세영·鄭世永·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초청으로 열린 조찬강연에서 남―북―미 3각의 최대 현안인 이 문제에 대해 나름의 의견을 내놓았다.
이장관은 “정전상태를 종식시키는 평화협정 체결은 남북한이 중심이 되고 미―중이 도와주는 ‘4자회담’의 틀에서 해결돼야 한다”며 “이같은 남북한간의 평화협정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협정 조약 선언 등의 장치는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그동안 남한을 배제한 채 ‘정전협정’을 ‘조―미 평화협정’으로 대체해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와 체제보장을 한꺼번에 얻어내려는 입장을 고수, ‘4자회담’에는 소극적이었다. 따라서 이장관의 이날 발언은 “북한의 대미 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구축 문제는 분리돼야 한다”는 뜻이라고 정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과 함께 우려를 나타냈다. 북한이 미국에 끊임없이 ‘조―미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해온 상황에서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정이나 조약 등은 또 하나의 ‘평화협정’ 성격을 띨 가능성이 크다는 것.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북한이 앞으로 북―미협정이 맺어지면 자의적으로 ‘평화협정’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이장관 발언요지는 한반도 평화체제는 남북한이 중심이 된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한 전문가는 “북―미간에도 불가침 협정, 선제공격금지 성명서 등 어떤 형식으로든 일종의 평화조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문제는 남북간 평화협정 체결이 북―미간 평화장치보다 선행돼야 한다는 것으로 이에 대해서는 한―미가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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