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로 수능을 뒤집자.” “우린 할 수 있다.”
연단에 선 강사가 이렇게 선창하자 강당을 가득 메운 1200여명의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결연한 표정으로 한껏 목소리를 높여 따라 외쳤다. 올 대학 입시에서 ‘쉬운 수능’ 때문에 논술이 합격 여부를 결정짓는 변수로 떠오르자 최근 서울 강남지역에서 열린 논술설명회장에서 나타난 ‘웃지 못할’ 풍경이다.
실제 논술이 입시에 미치는 영향과 어떤 문제가 나오는지를 살펴보자.
◇논술의 영향력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25개 대학은 총점에서 2∼10%를 논술에 배정한다. 총점 800∼1000점 가운데 20∼100점을 논술이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대학은 논술 점수의 60∼70%에 해당하는 기본 점수를 주지만 서울대는 기본 점수를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논술에서 최소 8∼30점 이상 점수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연세대 성균관대 동국대 등은 기본 점수를 낮춰 수험생을 엄밀히 평가한다는 방침을 세워 논술이 합격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 어느해보다 커질 전망이다. 연세대 김하수입학관리처장은 “논술의 기본 점수를 낮춰 변별력을 높이면 논술 1점이 수능의 10점 이상에 해당하는 파급 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 출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문제는 대개 통합교과형이나 일반 논술형일 것으로 보인다. ‘동서고금의 명저’인 ‘고전’에서 제시문이 나온다. 지난해 고전 가운데 현대문이 제시문으로 나온 비율이 60∼70%였다. 올해도 이같은 추세는 계속돼 현대문의 비중이 더 커질 수 있다.
▽서울대〓독서량과 논리적 구성력을 평가하는 통합교과형 문제를 출제할 방침. 평가 기준은 주제 및 논지의 명확성과 제재의 다양성, 논리성, 표현력 등이다. 판에 박힌 ‘모범답안’보다 자신의 주장을 논리력있게 내세우는게 중요하다.
▽연세대〓제시문을 정확히 파악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답안지 분량을 ‘1800자’에서 더 늘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시문을 잘 읽어야하는 심층적 문제를 내거나 지시문을 까다롭게 하고 다양한 감점 기준을 적용한다.
▽고려대〓일반논술형으로 고전에서 예시문을 제시, 주제 파악력과 종합적인 사고력 논증력 문장력 창의성을 평가한다. 문제는 가급적 쉽게 내고 까다롭게 채점할 계획. 15∼20%의 수험생이 논술에서 당락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강대〓통합 교과형으로 고전 제시문을 바탕으로 보편적 주제를 풀어나가는 형태로 출제한다. 논술이 당락에 지나친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할 방침.
이화여대 중앙대 경희대 등은 논거를 충분히 제시하도록 유도해 독서량이 많은 학생에게 유리하도록 출제할 방침이다. 성균관대는 채점을 2∼3단계에서 5단계로 강화하고 부산대는 채점 기준을 세분화하기로 했다.
◇올해의 경향
지난해까지 제시문의 독해력을 중시했으나 올해는 제시문을 바탕으로 현대 사회의 문제점에 묻는데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많은 대학이 수험생이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도록 평이한 문제를 내 수험생의 다양한 생각이 드러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제시문을 이해할 수 있는지를 파악한다.
◇감점당하지 않으려면…
“수험생은 논술에서 점수를 따려고 글을 쓰지만 채점 교수는 흠을 살피고 감점 요소를 찾아내기 위해 글을 읽는다.” (서울대 구인환 국어교육학과명예교수)
논술에서 감점당하지 않으려면 수험생들은 다음과 같은 주의사항을 알아둬야 한다.
▽답안지 분량을 지켜라〓분량이 기준이 ‘1600±200자’일 때 반드시 1400∼1600자 범위에서 답안을 써야 한다. 한자라도 넘치거나 모자라면 감점될 수 있다. 답안이 규정 분량의 50∼60%를 넘지 못하면 대개 0점 처리된다. ‘∼자 이상’일 때는 제시된 분량 이상을 써야 한다.
▽낙서하지 마라〓‘채점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 등 채점자와 수험생간 ‘암호’가 될 소지가 있는 낙서가 있으면 0점 처리된다.
▽모호한 표현은 피하라〓‘∼할 수도 있다고 본다’ 등 애매한 표현은 삼가고 분명한 어조를 사용야 한다.
▽현학적 표현은 역효과〓잘 모르는 철학적 용어를 한자로 잘못 적는 등 욕심을 부리면 낭패를 보기 쉽다.
▽접속어를 조심〓‘어쨌든’ ‘하여튼’ ‘아무튼’ 등의 접속어는 가급적 쓰지 말라.
▽훈계 웅변조 결론은 금물〓‘이러한 현실이 안타깝다’는 등의 감정적인 훈계조 답안도 감점된다.
▽또박또박 쓴 깨끗한 답안이 환영받는다〓읽기 힘든 글씨로 마구 휘갈겨 쓴 답안지는 채점자를 피곤하게 만든다.
▽필기도구를 주의하라〓정해진 필기도구를 쓰지 않으면 감점된다. 수정액 사용 여부도 살펴야 억울하게 0점 처리 당하지 않는다.
▽퇴고시간 10분을 남겨라〓주어와 서술어의 호응 여부와 맞춤법 오 탈자 등 사소한 실수가 곧바로 감점으로 연결된다. ‘∼건’과 ‘엄청나게’ 등 구어체 표현은 각각 ‘∼것은’과 ‘매우’ 등 문어체로 고쳐 써라.
대학학원 논술강사 노환기씨는 “지망하는 대학의 조건에 맞춰 실전처럼 자주 쓰면서 감점 요인을 줄이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dal@donga.com
■ 주요 논술 특강 일정
일 시
장 소
주관 및 문의 (02)
11월23일 오후2시
서울 송파구 잠실 실내체육관
중앙교육진흥연구소(2296―8008)
12월2일 오후 2시
이화여대 대강당
이화여대 (3277―2918)
12월2일 오후 3시반
연세대 대강당
연세대 (2123―4832∼7)
11월27일∼12월말
전국 고교 100여곳(방문특강)
고려대 (신청:3290―1256)
■ 2000학년도 논술문제
대 학
제시문의 출전
논 제
서울대
루소 ‘에밀’
도덕성을 갖춘 이성적인 인간의 모습을 규정하고 도덕교육의 가능성 여부를 검토하면서 도덕성을 갖춘 이성적인 인간이 어떻게 형성될 수 있는가를 논술하시오
고려대
아놀드 겔렌 ‘인간학적 연구’ 등
겔렌과 아도르노의 주장을 밝히고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되 제시문에 언급된 여러 제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논술하시오
연세대
이청준 ‘소문의 벽’ 에우리피데스 ‘메디아’ 등(인문) 조지 리치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등 (자연)
인간관계의 특징을 분석하고 그 특징들을 보다 일반화 추상화해 공통된 논리로 재구성하고 이런 인간관계를 비판하시오(인문) 현대문명에서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생활방식과 문화현상을 분석해 왜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지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논술하시오(자연)
서강대
카뮈 ‘페스트’
페스트로 고통받고 있는 세 인물(기자 신부 의사)이 각각 역경에 대처하는 방식을 정리하고 그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비판적으로 논술하시오
이화여대
허먼 멜빌 ‘모비딕’ 등
현대사회에서 돈이 갖는 의미를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개인의 추구해야 할 삶의 질과 관련시켜 논술하시오
성균관대
토플러 ‘제3의 물결’ 쿤데라 ‘느림’ 등
과학기술 발달로 인한 삶의 방식 변화가 앞으로 인간 삶에 초래할 문제에 대해 논술하시오
한양대
슈마허 ‘작은 것이 아름답다’ 등
환경문제는 인류가 해결해야할 중요한 과제임을 인식하고 환경문제의 대두 원인과 해결방안을 논술하시오
경희대
황순원 ‘소나기’
논제를 따로 제시하지 않고 수험생들이 제시문을 읽고 나름대로 논제를 설정해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중앙대
조지 오웰 ‘1984’
어휘의 축약 축소와 조작 왜곡 폐기 같은 현상을 긍정적으로 볼지 부정적으로 볼지에 대한 견해를 논술하시오
건국대
장용학 ‘요한 시집’ 등
제시문들에 나타난 삶의 태도와 주어진 삶의 조건에 대응하는 방식을 비교 분석해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동국대
컴퓨터 2000년 인식오류(Y2K) 가능성의 상황에서 은행예금 인출을 예로 들어 인간의 이기적 행동과 사회전반의 이익을 논술하시오
경북대
네루 ‘세계사 편력’ 채만식 ‘미스터 방’ 등
역사의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는 현 시점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논술하시오
부산대
밀란 쿤데라 ‘느림’
현대 문명사회 문제점의 근거를 제시문에서 찾고 구체적 사례를 들어 공통적인 논지를 결론으로 논술하시오
전남대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등
제시문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지식 추구의 태도를 밝히고 자신의 견해를 실례로 들어 논술하시오
가톨릭대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등
오늘날 우리 민족이 지녀야 할 시대 정신을 논술하시오(공통) 노동의 가치와 의의를 논술하시오(인문) 인간배아 연구에 대한 견해를 논술하시오(자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