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시험은 ‘학생들이 자신의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얼마만큼 심층적이고 종합적으로 성찰하고 있는가를 테스트하기 위한 것’이다. 달리 말하면 ‘현대 사회의 문제점 파악과 그 극복 방안’을 묻는다.
“인생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철학적인 질문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철학적 성찰이 바탕에 깔려야 좋은 답안을 쓸 수 있으며 그 성찰이 짜임새 있고 확고할수록 설득력을 얻는다.
지난해 고려대는 ‘제도는 인간을 보호한다(겔렌)’, ‘제도는 인간을 억압한다(아도르노)’는 상반된 두 주장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제도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다양한 예를 들어 주장의 근거로 삼은 수험생이 많았지만 ‘인간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서 논의를 시작했어야 한다. 인간을 불완전한 존재로 보느냐(겔렌) 인간의 이성을 신뢰하느냐(아도르노)에 따라 어떤 주장을 지지할 것인가를 정해야 하는 것이다.
가장 흔한 논술문제인 ‘사형 제도에 대한 찬반 논쟁’에도 “과연 인간의 판단을 믿을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물음이 깔려 있다. 인간의 판단을 믿을 수 없다는 확신이 설 때 사형 제도를 반대할 수 있는 탄탄한 토대가 마련된다.
마찬가지로 “현대 사회에서 돈의 의미를 삶의 질과 관련하여 논하라”는 지난해 이화여대 문제와, ‘교통 통신의 발달과 그에 따른 삶의 변화’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성균관대 문제는 모두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에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이처럼 인간 삶에 대한 근본적 성찰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심층적이고 종합적인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결국 모든 논의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 △절대적으로 옳은 윤리는 있는가? △진리란 무엇인가?
논술에 대비해 적어도 이 질문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두어야 한다. 물론 정답은 없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 논술팀장 · jsh2526@duto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