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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택 전 강남경찰서장, 암과 싸우며 ASEM 경호

입력 | 2000-11-22 23:13:00


한 움큼씩 빠지는 머리카락에도, 속을 태우는 듯한 메스꺼움에도 온통 머릿속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의 경비 경호’뿐이었다. 빠지는 머리카락은 가발로 숨기고 쓰려오는 속은 항암제와 죽으로 달래면서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전 서울강남경찰서장 장기택(張基澤·52)총경이 위암말기의 몸으로 아셈 현장에서 경비 경호업무를 진두 지휘하다가 결국 폐막일인 지난달 21일 병원으로 옮겨졌던 이야기가 뒤늦게 알려져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그는 6월 위암말기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빠지는 머리카락을 보고 웃음 짓는 직원들에게 농담도 건넸고 현장에선 엄하게 직원들을 독려하는 등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해 어느 누구도 그의 건강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몸이 망가지기 시작한 것은 아셈 행사를 눈앞에 둔 9월경.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요양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관내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각국 정상이 묵는다는 생각에 한시도 자리를 비워둘 순 없었습니다.” 아셈이 끝난 뒤 그가 병원에서 털어놓은 말이다.

서울 영동세브란스병원에 입원중인 장총경은 강남경찰서에 취임하자마자 신흥폭력배 8개파를 검거해 시내 31개 경찰서 중 검거실적 1위를 기록하는 등 탁월한 업무능력을 보였다.

21일 대기발령을 받은 장총경은 간부후보생 24기로 76년 경찰에 투신해 95년 총경으로 승진했으며 인제경찰서장 서울경찰청 경무과장 등을 역임했다.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