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사람들' 김용철 지음/지리소 펴냄/383쪽 8500원▼
이 책은 특이하게 대학교수가 쓴 '정치테마소설'이다.
8·15, 6·25, 4·19, 5·16의 격동을 체험한 이 나라 젊은 세대의 맥박과 염원을 역사의 조류 속에서 묘사한 소설이다.
많은 사람들이 행여 잊어버렸으면 하는 악몽같은 우리의 최근사-8·15 후의 사상 분열과 남북통일을 둘러싼 갈등, 6·25전쟁이 가져다 준 유혈과 참변, 4·19의 젊은이들이 흘린 피의 공로 대신에 기껏 나타난 집권당의 내분과 통치력의 실추, 5·16후 경제성장을 이루기 전까지 군사독재와 민주세력 사이에 벌어진 극심한 갈등과 분쟁의 소용돌이, 그리고 악몽처럼 우리 모두의 머릿속을 여전히 휘젓던 남북통일문제-이 모든 것들이 이 소설의 밑바닥에 짙게 깔려 있다.
작가 김용철은 역사에 남은 기억을 지울 것이 아니라 직시하며 반추하자고 독자에게 권면하고 있는 듯하다. 자칫하면 감정의 격발이나 폭력의 격돌로 치닫기가 일쑤였던 우리의 최근사를 증거한 작가는 성숙된 정치토론 장면을 이 책 속에 빈번히 채용함으로써 여론과 공론이 존중되는 이상적인 시민사회를 제시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저자는 성균관대, 서울대등에서 영문학을 가르쳤으며, 하디의 '테스' 색커리의 '허영의 시장', 화이트의 '인간의 나무'등 다수의 영소설을 국역했다.
김동리의 '무녀도' 선우휘의 '불꽃' 조해일의 '아메리카'등 한국소설을 영역했으며 '영국소설 250년' '원전 영문학개설' '두 언어로 본 속담과 격언'등 저서와 연구논문이 다수 있다.
최영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