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3총사’(Charlie’s Angels)는 늘씬한 미녀들이 등장해 시원한 액션과 코미디를 함께 보여주는 오락영화다. 80년대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TV시리즈를 현대적 감각으로 영화화한 이 작품을 재미있게 보는 방법.
:TV시리즈의 힘: 미국의 ABC방송이 1976년 9월부터 4년9개월간 106회나 방영한 내용. 줄거리는 앤젤이라는 세명의 여자탐정이 베일에 쌓인 후견인 찰스 타운젠드의 지시에 따라 범죄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다. 사건 해결의 패턴은 늘 같다. ‘저런 여자라면’하는 심리를 이용한 미인계와 ‘설마 여자가’라는 통념의 의표를 찌르는 허허실실 전술이 뒤섞인다.
70년대 섹스심벌 파라 포세트 등의 아슬아슬한 노출패션과 탐정 스릴러의 짜릿함을 더해 TV시리즈는 인기를 끌었다. 파라 포세트의 주홍색 수영복 차림 핀업사진은 800만장이나 팔렸다. 또 앤젤의 캐릭터는 인형과 퍼즐 만화책으로 변신을 거듭했다.
:여신 vs 소녀: TV시리즈의 엔젤은 어떤 면에서 신화속 여신의 이미지가 강했다.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브리나 던컨(케이트 잭슨)은 지성미, 만능 스포츠우먼 질 먼로(파라 포세트)은 육체미, 감수성 풍부한 켈리 가레트(재클린 스미스)는 인간미를 상징했다.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켈리를 제외하고 멤버가 바뀌긴 했지만 캐릭터는 마찬가지였다.
영화는 이런 캐릭터를 뒤죽박죽 섞어놓고 각각의 인간적 약점을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새로운 앤젤을 탄생시켰다. 리더격인 나탈리(카메론 디아즈)는 푼수기가 넘친다. 유행이 지난 춤 밖에 출줄 모르고 한창 싸우다가도 남자로부터 전화가 오면 사족을 못쓴다. 비행소녀 출신의 딜랜(드류 베리모어)은 모든 것을 몸으로 때우는 스타일. 남자에게 육탄공세를 하는가 하면 싸울 때는 걸쭉한 욕설을 퍼붓는다. TV에선 볼 수 없던 동양계 알렉스(루시 리우)는 전자장비를 다루는 데 능통하다. 요리에는 젬병이지만 요리에 집착한다.
영화속 엔젤들은 공통점도 많다. 모두 쿵푸의 귀재이고 성적으로 도발적이다. 그들은 신화속 여신이 아니라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춘기 소녀에 더 가깝다.
:오 남자여: 또다른 묘미는 남자들에 대한 묘사다. 찰리와 앤젤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존 보슬리(빌 머레이)는 앤젤을 도와주는 든든한 보호자가 아니라 앤젤의 치마폭에 쌓인 응석받이로 등장한다. TV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올해 82세 된 존 포사이스가 목소리 연기를 한 찰리 역시 엔젤의 보호를 받는다. 영화속 악당으로 등장하는 컴퓨터업계의 라이벌 에릭 녹스와 로저 콜윈의 캐릭터가 세계적 갑부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을 풍자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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