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미프로농구(NBA)에서는 대학 최고의 지도자로 명성을 날리다 보스톤 셀틱스감독으로 발탁됐던 릭 피티노가 이번시즌을 끝으로 다시 대학으로 돌아간다는 소식이 화제다.
켄터키대학감독을 맡은 96년 소속팀을 NCAA정상에 올려놓는 등 대학시절 통산 352승124패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피티노.
하지만 피티노는 주위의 기대와는 달리 보스톤 셀틱스에서 4시즌 동안 5할을 밑도는(90승 124패·승률 42.1%)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대학때 명 지도자가 반드시 프로에서도 통하지 않는다는 시실을 일깨워 준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이번시즌 대학에서 프로로 자리를 옮긴 감독은 2명.
창원 LG 김태환 감독(50)과 여수 골드뱅크의 진효준 감독(45)이 주인공들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의 데뷔는 성공적이다.
99∼2000시즌이 끝난 뒤 각각 중앙대와 명지대 감독직을 물러나 프로행을 선언한 이들은 1라운드를 성공적으로 마침으로써 '과연 프로에서도 통할까'하는 우려의 시선을 깨끗이 털어냈다.
아마 최강 중앙대의 우승신화를 조련한 김태환 감독은 그 명성을 그대로 이어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탈락팀 LG를 2위(6승2패)로 끌어올려 프로농구판에 돌풍을 몰고 왔다.
진효준 감독은 약체 명지대를 탄탄히 조련시켜 이따금 강팀을 잡는 파란을 일으켰던 주인공답게 팀전력이 부실한 골드뱅크를 1라운드 4승5패,공동 6위로 이끌어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먼저 김태환 감독은 '수비의 팀' LG를 화끈한 '공격력의 팀'으로 변모시켜 팬들을 사로잡으며 성적까지 올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뽑아내는 수완을 발휘했다.
김감독은 중앙대와 국민은행 시절 보여준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장악하는 한편 인화력을 강조,팀워크를 다졌고 끊임없이 연구하는 자세로 새로운 전술을 선보여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프로농구 1라운드 최고의 화제는 단연 김태환감독이 이끄는 'LG돌풍'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진효준 감독도 팀의 간판인 현주엽이 시즌 직전 갑작스러운 부상을 당하고 전체 1순
위 용병인 마이클 매덕스가 교통사고로 장기결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4승을 일궈내며 진가를 보여줬다. 이들이 빠지면 그야말로 장기에서 차포를 떼는 격. 그러나 진감독은 특유의 끈기와 치밀한 작전을 들고 나와 상대팀의 허를 찔렀다.
진감독은 현주엽이 없는 3경기서 2승1패를 거뒀고,골밑플레이와 수비 등에 소홀한 현주엽을 질타하고 격려하는 양동작전으로 밀어붙인 끝에 22일 삼보전에서 값진 결실을 보았다.
골드뱅크의 승리는 진감독의 끈기가 이끌어낸 승리였다.
대학감독시절의 실험정신과 끊임없는 자기개발을 통해 새로운 전술을 속속 개발, 농구판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있는 두 감독의 성공은 프로농구 인기에도 촉매제로 작용 할 전망이다.
박해식/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