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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출판통신/보스턴에서]미국인이 본 유교의 현대적 의의는?

입력 | 2000-11-24 18:53:00


■보스턴 유교 (Boston Confucianism: Portable Tradition in the Late-Modern World) / 로버트 커밍스 네빌(Robert Cummings Neville) 지음 / 뉴욕주립대 출판부

미국 보스턴대 신학대학장인 네빌교수의 ‘보스턴 유교’는 제목이 책 내용의 핵심을 함축한다. 그런데 기호지방의 유교도, 영남지방의 유교도, 중국 진화(金華)지역의 유교도 아닌 보스턴의 유교라니?

언뜻 형용 모순처럼 보이는 이 ‘보스턴 유교’라는 말은 우선 하버드대의 뚜웨이밍, 보스턴대의 로버트 네빌, 존 버스롱 등 보스턴 지역에서 유교를 연구하는 일련의 학자들이 갖는 학파적 성격에 주목한 말이다. 하지만 이는 더 나아가 유교가 동아시아라는 공간적 제한과 전근대시기라는 시간적 제한을 넘어 서양의 현대문명에도 유의미한 사상이라는 신념을 반영한 말이기도 하다.

저자에 의하면 그리스 혈통과 아무 관계가 없는 이들이 플라톤주의자가 되거나, 독일과 무관한 이들이 마르크스주의자가 되는 것이 비일비재한 일이듯 서양인이 유학자가 되는 것 역시 이상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세계화의 진행에 따라 문명간 대화가 절실한 현시점에서 이런 현상은 매우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선 보스턴 지역을 찰스강 북쪽의 맹자적 경향과 찰스강 남쪽의 순자적 경향을 나누면서 소위 ‘보스턴 유학’의 기본구도를 개관한다. 아울러 유교의 현대적 의의에 대한 자신의 분석에 기초해 유교와 기독교간의 생산적 대화를 모색한다.

그 밖에 자신이 지속적 관심을 가져 온 초월이나 자아와 같은 주제에 대한 비교철학적 분석을 제시한다. 저자의 방법론과 결론에 동의하지 않는 이라고 하더라도, 서양에서 이뤄지는 유교 연구의 현황을 맛볼 수 있게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이다.

다른 현대사상이나 종교와 대화를 통해 유교의 현대적 의의를 탐구하는 ‘보스턴 유학자’들의 경향이 보스턴을 위시한 미국 동부 지성계의 동아시아 지적 전통에 대한 입장 전부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동아시아의 유산을 철저히 해당시기의 역사로 간주해 학적 엄밀성을 꾀하는 시각이 또 하나의 커다란 흐름을 이루고 있다. 물론 이들은 앞서 이야기한 ‘보스턴 유학자’들의 시각에 대해 상당부분 비판적이다.

김 연(하버드대 대학원·중국사상사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