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딕 체니 후보는 플로리다에서 승리했다. 이제 우리는 차기 미국 대통령과 부통령으로 복무하기 위해 정권인수 작업에 들어가겠다.”(조지 W 부시)
“개표 과정에서 많은 플로리다주 유권자의 표가 무시됐다. 국민의 투표 의사는 반드시 표현돼야 하며 꼭 지켜져야 한다.”(앨 고어)
26일 저녁 캐서린 해리스 미국 플로리다주 국무장관의 ‘부시 승리’ 발표가 있은 2시간 뒤 부시 후보는 ‘대선 끝’을 선언하고 정권 인수작업에 들어갈 뜻을 밝혔다.
승리를 기정사실화함으로써 더 이상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뜻. 반면 민주당 진영은 ‘패배 인정’을 할 수 없다면서 최종 개표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등 법적 투쟁을 계속해 ‘막판 뒤집기’를 시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부시 후보는 이날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플로리다주 선거에서 승리해 영광스럽다”면서 “선거 결과에 대한 더 이상의 도전은 미국을 위한 최선의 길이 아니다”고 지적, 고어 후보측에 패배인정을 촉구했다.
부시 후보는 또 “체니 후보에게 빌 클린턴 행정부와 협조해 정권인수 사무소를 개설할 것을 부탁했다”면서 “앤드루 카드 전 교통장관을 백악관 비서실장에 임명할 것”이라고 밝혀 조만간 정권인수 작업에 들어갈 것임을 확고히 했다.
부시 후보는 특히 조세 인하를 위해 의회와 협력할 것이라고 약속하는가 하면 교육과 의료보험 등 각종 사회현안에 대한 개혁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공언, ‘차기 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 부각에 열을 올렸다. 이같은 행보는 대세가 이미 공화당으로 기울어졌음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기 위한 ‘기정사실화’ 전술의 일환으로 해석된다고 언론들은 풀이했다. 동시에 고어 후보와 민주당엔 소송을 포기하고 대승적 차원의 ‘마지막 결단’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낸 셈.
공화당의 재개표 대책을 총괄하는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도 “(플로리다주 선거 결과는) 법의 승리이며 지금이야말로 국민의 의사가 존중되고 선거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고어 후보측은 연방대법원의 판결 전에는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불퇴전의 의지를 나타냈다. 조지프 리버맨 부통령후보는 “플로리다주의 재개표 인증결과는 불완전하고 부정확한 것”이라고 비난한 뒤 27일 이의신청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는 해리스 국무장관이 팜비치 카운티의 수작업 검표시간 연장요청을 묵살한 것과 그나마 이뤄진 일부 수작업 재검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은 사실을 지적한 것.
고어 후보는 27일자 뉴욕타임스지와의 인터뷰에서 “수작업 재검표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해 플로리다 주 정부의 최종 개표결과 발표와 부시 후보의 승리선언은 거부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많은 플로리다주 유권자의 표가 무시됐다”면서 “미국인의 의사는 표현돼야 할 뿐만 아니라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카운티에서 수검표 작업이 중단되고 보조개 표와 각종 무효표의 판정이 유보된 것과 관련, 막판 뒤집기를 위한 ‘소송 전략’을 당분간 고수할 것임을 밝힌 것.
고어 후보측의 법률팀장인 데이비드 보이스 변호사도 26일 “아직 한번도 개표되지 않은 1만여표가 개표될 때까지 선거는 끝나지 않았다”면서 “3개 카운티의 개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어 후보가 “플로리다주 선거인단은 12월 12일까지 확정돼야 한다”며 ‘법정싸움’의 마지노선을 12월 초로 잡은 것은 여론의 비난을 의식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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