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결과는 플로리다 주정부의 수작업 재검표 공식 결과 발표로 겉으로는 부시 후보가 승리한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주요 언론에서는 아직 대통령 당선자(President―elect)란 호칭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경제전문지인 월스트리트 저널이 사설을 통해 부시 후보에게 대통령 당선자란 호칭을 썼지만 뉴욕 타임즈 등 주요 언론에서는 아직 미스터(Mr.)나 주지사(Governer)란 호칭을 고집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월요일 미국에선 당선자 직함을 가진 CEO가 탄생했다. 시가 총액 기준으로 미국 최대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이 CEO 당선자(CEO―elect)를 발표한 것이다. GE의 예비 CEO는 현재 GE 의료장비를 맡고 있는 제프리 이멜트사장.
잭웰치 현 GE회장이 은퇴의사를 밝힌 이후 월가에서는 누가 그의 대권을 승계할 것이냐에 상당한 관심을 표명해왔다.
잭 웰치회장은 최근 인수한 하니웰사의 강력한 요청으로 1년 정도 임기를 연장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날의 차기 CEO 발표는 다소 이른 감이 없지 않았다.
사전 예고없이 최고 경영자를 갈아치우는게 다반사인 미국 기업 풍토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언론에서 신임 CEO라는 직함대신 ‘CEO 당선자’라는 표현을 쓴 것은 지금의 대선 상황을 빗대면서 한편으로는 임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있음을 말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GE에서 1년이나 임기가 남은 CEO를 미리 발표한 것은 신화적인 존재로 추앙받는 잭 웰치 회장의 공석이 불러올 레임덕 현상을 우려한 때문이다.
이멜트 차기 CEO는 앞으로 잭 웰치 회장 밑에서 CEO 수업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잭 웰치 회장의 카리스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잭 웰치 회장이 GE의 최고경영자로 부임한 나이인 45세보다 1살 적은 44세의 CEO라는 점만으로도 결코 만만치 않은 인물임을 짐작케 한다.
3명의 후보가 각축을 벌이다 일찌감치 이멜트 회장의 단일 후계구도로 정리된 GE가 과연 잭 웰치의 신화를 이어나갈지 주목된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맹영재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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