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 첫 세계 클럽 프로축구 왕좌가 남미로 넘어갔다.
28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남미 리베르타도레스컵 우승팀 보카 주니어스(아르헨티나)가 양 대륙의 자존심을 걸고 단판 승부로 치른 2000 도요타 대륙간컵축구대회. 보카 주니어스가 마르틴 팔레르모의 두 골을 앞세워 2―1로 승리, 유럽의 6연승을 저지하며 대회 우승컵을 차지했다.
이로써 남미는 대륙간 역대 전적에서 21승18패의 우위를 유지하며 95년 아약스 암스테르담(네덜란드)부터 지난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까지 5년 연속 유럽에 패했던 수모를 대갚음했다.
비안치 카를로스 보카 주니어스 감독은 94년 아르헨티나 벨레즈 사르스필드 감독으로 대회 우승컵을 마지막으로 남미에 안긴 데 이어 이날 다시 5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는 감격을 맛봤다.
반면 60년과 98년 두차례 대회 정상에 올랐던 레알 마드리드는 라울 곤살레스, 페르난도 모리엔테스를 비롯해 올해 이적료 세계최고기록(5600만달러)을 세운 루이스 피구(포르투갈)와 로베르토 카를로스(브라질) 등 초호화 군단을 앞세우고도 초반 경기 주도권을 빼앗겨 무너지고 말았다.
이날 보카 주니어스의 영웅은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스트라이커로 1m89, 84㎏의 거구 팔레르모. 팔레르모는 경기 시작 3분 만에 왼쪽 사이드에서 델가도가 연결한 크로스패스를 왼발로 가볍게 차 넣어 선취골을 뽑아냈다.
기세가 오른 팔레르모는 불과 3분 후 다시 센터서클 부근에서 연결된 종패스를 상대 문전에서 수비수 한명을 제치고 강한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 추가골을 기록했다. 팔레르모는 스페인 1부리그 발렌시아로부터 1900만달러의 이적료에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있다.
브라질대표팀 출신 카를로스를 앞세운 마드리드의 반격도 매서웠다. 상대 페널티지역 왼쪽에 있던 카를로스는 12분 상대 문전에서 흘러나온 볼을 가슴으로 트래핑한 후 총알 같은 왼발 슈팅으로 골네트 왼쪽 모퉁이가 출렁였다.
이후 마드리드는 카를로스와 라울, 피구를 앞세워 끊임없이 파상 공세를 펼쳤으나 결정력 부족으로 몇 차례 득점 기회를 무산시켰다.
마드리드는 후반 들어서도 사비오와 모리엔테스를 교체 투입해가며 반전을 노렸지만 오히려 델가도, 리켈메, 팔레르모를 앞세운 주니어스의 파상 공세에 쩔쩔매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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