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시되는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가 새 행정부의 조각(組閣)을 포함한 정권인수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플로리다주의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시 후보는 28일 텍사스주 오스틴의 주지사 관저에서 비서실장 내정자인 앤드루 카드 전 교통장관과 함께 새 행정부 진용에 관해 구체적으로 협의하는 한편 정권인수위원장인 딕 체니 부통령 후보 등 핵심참모들을 워싱턴에 전진 배치, 정권인수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토록 했다. 부시 후보는 클레이 존슨 텍사스 주지사 비서실장을 정권인수위 사무국장으로, 아리플 라이셔 선거대책본부 대변인을 정권인수위 대변인으로 임명하는 등 오스틴에 자리잡고 있던 선거운동의 기간 조직을 속속 워싱턴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부시 후보는 주말경 과거 레이건 행정부와 자신의 부친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행정부에서 활약한 공화당 인사 및 신진 인사, 일부 민주당 인사들을 망라하는 내각 인선을 마무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체니 후보도 NBC방송의 뉴스 프로그램 ‘투데이’에 출연, “우리는 몇몇 분야에서 꽤 빨리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며 “부시 후보가 내각 발표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후보는 걸프전쟁의 영웅인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을 국무장관으로, 자신의 외교안보고문인 콘돌리자 라이스 스탠퍼드대 교수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기용, 사상 최초로 흑인들을 외교안보팀의 중심에 포진시킨다는 방침을 굳히고 국방장관으로는 민주당의 샘 넌 전 상원의원을 영입하는 ‘탕평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시 후보는 이번 대선으로 분열된 민심수습과 정통성 확보를 위해 내각에 민주당 인사를 기용하는 일종의 ‘거국내각’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 주지사인 부시 후보는 텍사스 주 정부에 민주당 인사를 기용해 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다.
공화당 정권인수팀은 또 백악관 및 연방정부와도 정권교체에 따르는 적대적 정권인수인계를 원만히 진행하는 문제를 협의하기 시작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연방대법원에 제출한 변론서에서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일부 카운티의 수작업 재검표를 인정키로 한 것을 존중해 달라고 요청했다.민주당은 또 플로리다주 법원에 선거소송에 대한 신속심리를 긴급히 신청했다가 기각 당하자 선거인단 선출일인 다음달 12일 전에 소송을 통해 판세를 역전시키는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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