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제 오시면 어떡합네까." "영근아 50년 동안 네 생각만 했다."
북측의 아내 리덕실(78)씨와 아들 영근(57)씨를 만난 명용덕(明用德.83)씨는 50여년 간 마음 속에 고여있던 눈물을 한꺼번에 쏟아내고 말았다.
명씨가 당시 28세의 꽃다운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11세 딸, 7세 아들과 생이별을 한 것은 1.4후퇴 직전인 50년 11월 6일로 대동강변에서였다.
평양에서 연탄ㆍ숯 판매업을 하던 명씨가 징집을 피하기 위해 월남을 결심했던것.
그러나 새벽 5시 대동강가에 도착한 명씨 가족은 한치 두께로 얇게 언 얼음판과끊어진 대동강 인도교 앞에서 발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강을 건너려는 수천명의 인파로 아수라장이 된 가운데 명씨 혼자 부서진 인도교를 기다시피 건너왔으나 이 순간이 `50년 이별'의 시작이 되었다.
명씨는 이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신문에서 `부서진 대동강 인도교' 사진을 오려 평생 간직하면서 꺼내보곤 했다.
명씨는 1일 오전 고려호텔 숙소의 개별상봉에서 60년 간 간직해 왔던 리씨와의결혼식 사진을 꺼내보였고 부인 리씨는 18살 자신의 꽃다운 모습과 `홀로 산 50년'이 교차되는 듯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특히 명씨가 남쪽에서 결혼한 아내와 4남매의 사진을 보여주겠다고 하자 아내이씨는 한동안 사진을 외면하다 가슴통증을 호소해 명씨가 준비해 간 우황청심환을건네는 소동도 일어났다.
명씨는 남측의 4남매가 모아준 500만원으로 장만한 코트와 속옷, 옷감을 전달했고 특히 아내와 병환으로 상봉장소에 나오지 못한 딸 영숙(61)씨에게는 금반지를 선물로 줬다.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