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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책]미래의 부/변화하는 富의 패러다임

입력 | 2000-12-01 13:40:00


부(富)의 원천이 바뀌고 있다. 농경시대에는 토지에서 부가 창출되었다면 산업시대는 공장, 이제는 정보가 부를 창출하는 주요 수단이 되었다. 저자는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확산으로 탄생한 ‘연결된 경제’가 우리가 지금까지 익숙했던 경제의 근본 원리를 바꾸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개인, 기업,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 미래의 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개될 것이며 이를 대비하는 경제 주체만이 혁신하고 번영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그렇다면 저자들이 주장하는 부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무엇인가?

우선, 연결된 경제의 발달로 리스크에 대한 시각이 바뀌고 있다. 정보의 생성과 유통에 관한 혁명적인 변화 때문에 리스크는 위험보다 기회라는 측면이 부각될 것이다. 예컨대 가까운 장래에는 자동차에 소형 단말기가 설치되어 운전자와 운행에 관한 상세한 정보가 수집될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해 해당 보험 가입자의 개별적인 운행 리스크에 근거한 차별적인 보험료를 부과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야간에 사고 발생률이 높은 지역에 자주 차를 운행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료를 내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는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는 개인이나 기업만이 더 많은 부를 차지할 수 있다.

특히 저자들은 지금까지 특정 제품이나 시장에 중점을 둔 전략사업단위(SBU)보다는 회사가 당면한 다양한 리스크에 초점을 맞춘 전략리스크단위(SRU)로 조직을 개편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찰스 슈왑과 반스앤노블에서 e슈왑닷컴과 반즈앤노블닷컴을 분리한 것도 저리스크 사업과 고리스크 사업을 구분해서 별도 관리한 사례이다.

또한 연결된 경제에서는 인적 자본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이다. 기업 경쟁의 초점이 과거 자본 중심에서 이제 인재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개인은 단순 근로자에서 벗어나 지식 근로자, 더 나아가 인적 자본으로 증권화될 것이다. 증권 시장에 거래되는 주식처럼 개인들도 자신의 재능과 지적 자산을 기반으로 시장에서 평가되고 거래될 것이다. 이미 개인이나 소집단을 인기 인터넷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의 경매 품목으로 올려 놓은 사례가 있으며, 미국 최대의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인 몬스터닷컴은 기존의 구인구직 시장과 헤드헌팅 사업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부응해 기업의 인사 관리 시스템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천편일률적인 채용 제도와 보상 시스템으로는 머리 수는 늘릴 수 있을지언정 두뇌를 확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끝으로 정부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감수했다가 실패한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한 안전망을 어느 정도 구축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안전망이 너무 강하면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현상이 만연할 것이고 안전망이 너무 약하면 새로운 도전과 혁신이 제한될 것이다. 각종 비리가 판을 치고 벤처가 무너지는 작금의 경제 위기를 감안할 때 정부 관료들이 다시 한번 읽어볼 만한 의미 심장한 대목이다.이 동 현

▽스탠 데이비드·크리스토퍼 메이어 지음/신동욱 옮김/295쪽/

1만4000원/세종서적▽

이동현(가톨릭대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