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와 MBC의 스포츠 중계권 전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변해가고 있다.
MBC에게 메이저리거 박찬호의 독점중계권을 빼앗긴 KBS는 30일 "2001년부터 프로야구는 4년, 프로축구는 5년간 독점 중계한다" 고 발표한데 이어 1일 한국프로농구 연맹(KBL)과도 2001-2002시즌 중계권을 SBS와 함께 확보했다고 밝혔다.
KBS와 SBS 는 27억원에 40회 중계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이같은 금액은 지난 시즌 MBC를 포함한 지상파 3사가 5억5000만원씩을 지불한 16억5000만원보다 10억5000만원이나 늘어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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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KBL의 목표액은 3사가 6억원씩을 분담한 18억원이었다. 2002-2003 시즌부터 시행할 다년간 계약에 대해서도 KBS와 SBS는 우선 협상권을 부여 받았다
KBS는 4년간 최소 280억원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프로야구 시범경기에서부터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각종 시상식에 이르기까지 독점권을 보장받은 것은 물론 매년 18억원 안팎의 중계권료로 프로축구 K-리그의 모든 대회 및 행사를 독점 중계와 계약이 끝나는 5년 후 우선 협상권도 얻어낸 바 있다.
국내프로스포츠는 3대 인기 프로스포츠의 독점중계권을 모두 움켜잡은 KBS천하로 불릴만 하다.
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평가를 들어온 박찬호의 중계권을 확보하며 초반 기세를 올린 MBC는 향후 최소 4년간 국내 프로스포츠 중계에서 철저하게 '왕따'를 당하게 됐다.
MBC가 합동방송세칙을 깼기 때문에 중계권 전쟁이 발발했다고 생각하는 KBS가 다른 방송사에 중계권을 재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MBC에게 줄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KBS는 프로농구 중계권을 따내면서 MBC를 철저하게 따돌리기 위해 SBS와 발빠르게 보조를 맞추는 기민함을 보여줘 이런 추측을 뒷받침했다.
이에대해 MBC는 "아마추어 스포츠의 발굴·육성에 힘써야 할 KBS의 처사를 이해 할 수 없다"며 "MBC는 KBS가 포기한 아마추어 스포츠에 스포츠국의 역량을 집중해 진짜 공영방송의 모습을 보여 주겠다" 며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KBS에 대한 불만 또한 숨기지 않았다.
문제는 방송사들의 이런 싸움이 프로스포츠 발전에 과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점이다.
프로스포츠와 방송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방송에서 자주 경기를 방영하고 스타급 선수를 발굴해 팬들에게 알림으로써 흥미는 배가된다. 팬이 늘어 프로스포츠가 활성화되면 방송도 자연히 더많은 광고수입을 올릴 수 있는 공생관계인 셈.
하지만 방송사들이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의도는 이와 다르다. 본질은 나만 살겠다는 욕심과 그에 대한 보복이다.
MBC를 따돌리기 위해 도합 31억 5천만원이라는 큰 돈을 내년부터 더 쓰기로 한 KBS가 과연 얼마나 프로스포츠에 관심이 있었는지 살펴보자.
KBS는 올해 프로야구 전경기를 중계 할 권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중파를 통해 단 10차례 방송을 내보냈다.프로농구도 사정은 비슷해서 지난시즌 중계횟수는 22차례에 불과하다.
이유는 뻔하다.스포츠중계가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올해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평균 시청률은 5%대에 불과했다.
방송마감을 알리는 애국가가 나올때의 시청률을 통상 3~4%로 볼때 프로야구가 얼마나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했는지 알 수 있다.
돈을 떼놓고 상상할수 없는 방송생리상 잘나가는 정규프로를 빼고 스포츠중계를 자주 편성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쉽게 상상 할 수있다.
설사 KBO와 1년에 30차례,KBL과 40차례 이상 중계하기로 한 약속을 지킨다고 해도 시기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정규프로의 '땜질'용으로 아무때나 30회만 채우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팬들은 흥미를 끌만한 '빅카드'를 한경기도 보지 못하는 일을 당할 수 있다.
그리고 두시간 가량 중계를 하다 방송을 중단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이미 시청자들은 "정규방송 관계로 여기서 중계방송을 마침니다"라는 멘트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또 최악의 경우 독점중계권을 가진 방송사가 중계를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프로스포츠를 텔리비젼으로 보지 못하는 한심 한 일이 발생 할 수 도 있다.
바닥에 떨어진 프로스포츠의 인기와 방송사의 편성방침이 내년에 갑자기 바뀐다는 보장이없는 한 사정은 올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 이다.
방송사간 자존심 때문에 불붙은 프로스포츠의 중계권싸움 때문에 그렇찮아도 고사직전인 프로스포츠에 대한 팬들의 외면이 더 깊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박해식/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