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평등한 퀴리 부부/에브 퀴리 지음
장진영 옮김 551쪽 1만5000원 동서고금
위대한 과학자, 위대한 여성으로만 알고 있는 퀴리부인(1867∼1934). 그의 성공 뒤에 학문의 동등한 동지였고, 든든한 후원자였으며, 일찍이 그의 재능을 간파하고 격려해준 남편 피엘 퀴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퀴리부부의 평등하고 동지애적인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점이 퀴리부인의 천재성에만 치중했던 기존 전기와의 차이점이자 이 책의 매력이다.
퀴리부인의 삶에서 남편 피엘과 함께 했던 10년은 아주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남편이 마리에게 미친 절대적 사랑과 신뢰는 마리의 전생애 동안 남아 마리에게 길을 제시해주었다. 위대한 과학자 퀴리부인을 탄생시켰던 부부간의 사랑이 이 책 전편을 통해 감동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더욱이 그의 둘째딸 에브 퀴리의 작품이라는 것이 더욱 눈길을 끌게 한다.
러시아로부터 핍박받고 있던 폴란드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마리. 어머니를 일찍 여읜 그는 아버지의 각별한 사랑을 받으면서 문학과 학문에 대한 꿈을 키워나갔다. 궁핍 속에서도 프랑스 소르본대에 진학한 그는 학문의 열정을 불태웠다. 자신과 같은 천재적인 남자 피엘 퀴리와의 운명적인 만남. 번듯한 실험실 하나 없는 허름한 창고에서 남편과 함께 힘겨운 연구와 실험 끝에 방사능 신(新) 물질인 ‘라듐’을 발견하고, 그 결과 1903년 부부가 공동으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1906년 남편 피엘 퀴리가 갑작스런 마차사고로 죽자 자신을 고독 속에 가둔 채 홀로 외로운 행진을 계속했다. 그리고 1911년 마침내 두 번째의 노벨상을 받는다.
퀴리부인은 제1차 세계대전 때 자신이 고안한 방사선 차를 직접 몰고 전선을 누비며 부상자들을 치료했다. 이 때 그는 어린 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인간은 누구나 만 16세가 되면 국가와 민족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라며 “전쟁을 무서워하거나 엄마를 그리워 해서는 안된다”고 썼다. 또한 두 딸에게 막대한 재산을 넘겨줄 기회가 있었으면서도 소유권을 실험실에 기증했다. 그는 딸들이 자라면서 스스로 생활비를 버는 일이 건전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자녀 교육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맏딸 이렌느 부부가 가족에게 세번째의 노벨상 영광을 안겨주었다.
말년에는 퀴리부인의 유일한 꿈이었던 ‘라듐연구소’를 파리와 그의 고국 폴란드 바르샤바에 세웠고, 과학에 헌신하며 죽는 순간까지도 오직 과학만을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노벨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퀴리가족과 그들의 삶을 통해 그들만의 교육법, 형제들의 각별한 우애, 평등한 동지로서의 부부애 등을 그려내 각박한 현대인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크다.
김영수(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