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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커룸 엿보기]삭발한 로프튼 "약발 받네"

입력 | 2000-12-03 20:38:00

로프튼(33) '얘 좀 떨어져. 비교 되잖아'


부산 기아의 용병 루이스 로프튼(28·192㎝)은 무늬만 용병.

팀내 전력의 60%를 차지한다는 말을 듣는 용병들속에서 로프튼만은 보통 수준의 국내선수보다 못한 기록으로 스타일을 구기고 있다.'토종보다 못한 용병' 이란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2일까지 평균 27분 출전해 11.9점 6.3리바운드를 올린 로프튼은 20명의 용병 중 득점은 꼴찌, 리바운드는 17위를 달리고 있어 그런 소리를 들어도 대꾸조차 못하고 끙끙 앓고있다.

그래서 생존을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택한 것이 삭발.

애지중지하던 콧수염까지 밀어냈다.

지난달 30일 홈 부산에서 벌어진 삼성전이 계기가 됐다.

국내 무대 2년차 동안 처음으로 무득점의 수모를 당했고 팀은 22점차의 대패를 기록했다.

시즌 개막후 한번도 벤치와 동료들을 흡족하게 해주지 못했던 그로서는 뭔가 변화의 제스처가 절실했다.

'퇴출공포'를 느낄 즈음 박수교 감독으로부터 '2라운드까지는 기다린다'는 확약을 받은 그는 용인 숙소로 올라온 지난 1일 곧바로 이발소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 동안의 수세적인 행동, 패배감, 무력감을 모두 떨쳐버리고 새로 태어난다는 의미로 머리칼을 싹뚝싹뚝 잘라냈다.

심기일전을 다진 2일 여수 골드뱅크전. 하지만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1쿼터 10분을 뛴 로프턴은 골밑 이지슛 3개를 연거푸 놓치는가 하면 자유투 4개 중 3개가 림도 맞지않는 어처구니없는 슛을 던지며 고작 1점에 그쳐 짧게 잘린 머리를 더욱 처량하게 만들었다.

2~3쿼터는 벤치 신세.

종료 3분 40초전 다시 코트에 들어선 로프튼은 과감한 레이업과 로포스트 플레이로 다소 살아나 7득점 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그러나 아직 실망 할 단계는 아니었다.

그리고 진짜 약발은 3일 SBS전에서 나타났다.

풀타임에 가까운 39분을 소화한 로프튼은 그야말로 펄펄 날았다.11개를 던진 2점슛은 9개가 그물을 통과했고 이번시즌 고작 7개를 성공시켰던 3점슛 도 하나 넣으며 팀내 최다인 24득점을 올린 것.리바운드도 10개.

팀은 로프튼의 '깜짝 활약' 덕에 98-94로 승리했다.

한국프로농구 2년째인 로프톤이 생존을 위해 마지막으로 택한 '삭발'.

가장 한국적인 분위기 반전법으로 '코리안드림'을 꿈꾸는 그의 시도가 성공할지 궁금하다.

박해식/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