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례 할머니께.
할머니 소식, 신문 방송에서 많이 봤어요. 지난 87년 '고기 잡으러 나간다'고 했다가 납북됐던 아들을 13년 만에 만나고 오셨다고요. 손자 현문이에겐 '아버지는 외국으로 일 나갔다'고 속여왔다는 할머니 말 듣고 다들 눈시울이 붉어졌을 거예요.
아드님 강희근씨는 북에서 새 가정을 꾸렸다는 소식도 들었어요. 북의 손자 이름이 현민이라고요. 손자가 남과 북에 하나씩 있는 할머니는 많지 않을 거예요.
북의 며느리와 아들 손자가 할머니 칠순상도 차려드렸다니 얼마나 좋으셨겠어요. 아드님은 진갑상 받으실 때까지 오래 사시라고 했다지요. '손녀는 내가 다 키웠으니 걱정 없다'며 오히려 아들을 위로하고 오신 할머니.
말씀을 아껴도 할머니가 얼마나 남북의 손자손녀와 다 같이 살기를 바라시는지, 모르는 이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할머니 돌아오실 때 아드님은 버스 창에 얼굴을 대고 이렇게 말했다지요.
"현문이 공부 좀 시켜주세요...울지 마세요. 우리 어머니는 지독한 어머니예요."
아드님 말대로 지독하게 살아오신 할머니. 할머니가 잘 사셔야 우리 땅의 모든 어머니들이 본받을 수 있답니다.
안병률/동아닷컴기자 mok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