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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선택2000]공화·민주 여론에 신경곤두

입력 | 2000-12-04 18:24:00


미국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 앨 고어 후보의 법정 공방이 장기화되면서 양 후보 진영이 요즘 여론의 향배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달 7일 대선 후 한 달이 다 되도록 차기 대통령이 확정되지 않는 것에 대해 많은 국민이 우려와 염증을 느끼고 있는 만큼 ‘최후의 심판자’인 여론을 등에 업는 후보가 아무래도 유리하기 때문. 그래서 양측의 홍보전도 법정 소송만큼이나 치열하다.

플로리다주의 개표 결과 앞선 부시 후보는 요즘 당선을 기정 사실화하면서 차기 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 굳히기에 힘을 쏟고 있다. 그가 텍사스주 오스틴의 관저보다는 크로포드에 있는 자신의 목장에서 캐주얼한 차림으로 공화당 지도부들과 잇달아 만나 차기 행정부 조각(組閣) 등 정권 인수 문제를 논의하는 것도 ‘승자로서의 여유’를 과시하기 위한 것.

부시 후보는 2일 트렌트 로트 상원 원내총무 등과 목장에서 회동하며 “나는 곧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단언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앞서 간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측근들에겐 아직 ‘당선자’로 부르지 못하게 하고 있다.

고어 후보는 플로리다주의 재검표를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어 여론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처지. 그는 최근 자신의 패배 인정을 촉구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재검표는 법적인 문제이므로 여론조사와는 상관이 없다”며 애써 태연한 반응을 보였지만 사실은 그렇게 마음 편한 형편이 못된다.

평소 교회에 잘 나가지 않던 고어 후보가 대선 후 매주 일요일이면 빠짐 없이 예배를 보는 것은 신에 도움을 간구하고 마음의 안정을 모색하는 동시에 그의 동정을 자연스럽게 언론에 알리기 위한 것.

3일 그가 참석한 예배의 설교 주제는 공교롭게도 ‘지금은 기다릴 때’였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예수의 재림을 기다리는 신자들의 자세에 관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보도를 통해 제목만을 접한 국민에겐 차기 대통령 확정을 좀더 기다려야 한다는 메시지처럼 들리는 측면도 있었다. 고어 후보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기피해 구설수에 올랐던 것과는 달리 언론과의 인터뷰에도 적극적이다. 또 조셉 리버맨 부통령 후보와 당 지도부들도 연일 언론과의 접촉에 나서 수작업 재검표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양 후보 진영이 최근 기자회견장 연단 뒤에 경쟁적으로 많은 성조기를 비치, 구설수에 올랐던 것도 은근히 차기 대통령에 오를 후보로서의 이미지를 국민에게 전달하려는 경쟁에서 비롯됐다.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