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직 건재해요.”
한동안 뉴스메이커의 자리에서 자취를 감췄던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요즘 심심찮게 외신에 오르내리고 있다. 후세인은 91년 걸프전 때를 전후해 연일 세계 뉴스의 중심 인물로 ‘각광’받았으나 그후 오랫동안 세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졌었다.
그는 지금 미국의 정권 교체기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에 일고 있는 유혈 분쟁의 틈새를 비집고 나와 외교 전면에 등장했다. 걸프전 때 적국이었던 요르단 시리아 등과 화해하고 이스라엘과의 대결을 외치는 등 범아랍권 결속에 노력하고 있는 것. 최근 이―팔간의 유혈 분쟁이 격화되자 “이스라엘 및 미국과의 성전(聖戰)을 위해 100만명의 전사를 파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는 반(反)서방 정서를 등에 업고 10년간에 걸친 유엔의 ‘봉쇄’를 풀기 위한 그의 노회한 전술. 아랍권과의 종교적 연대를 내세운 후세인의 이같은 시도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권 4개국에 곧 대사관도 열 예정이다.
한술 더 떠 최근 ‘원유 수출 중단’이란 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유가 인상에 민감한 각국 정부 지도자들에게 제2의 산유국이라는 힘을 보여줘 경제 봉쇄를 풀려는 시도로 보인다.
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