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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최공필/경제혁신은 시장자율로

입력 | 2000-12-04 18:30:00


구조조정과 공적자금으로 점철된 몇 년간의 위기수습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의 활력은 불안한 상황이 되풀이되면서 점차 약화하고 있다. 현 상황에 대한 원인과 처방을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상의하달식 체계가 발전 막아▼

요즈음 대두하고 있는 경영학의 한 분야인 복잡계 이론은 조직체에도 생물학의 원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고 있다. 즉, 복잡다단한 자연계의 현상을 폭넓은 관점에서 관찰함으로써 숨겨진 질서나 규칙을 도출해 나가는 복잡계의 관점에서 현 상황을 살펴보면 외부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한국경제 시스템의 약점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개방화라는 환경변화 속에 적자생존의 생태계 원리는 앞으로도 경제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적용될 것이다. 적응력이 곧바로 경쟁력으로 나타나는 환경에서 우리는 적응과정의 장애요인과 문제점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이 적절치 못할 경우 우리는 앞으로도 상당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스템 차원의 적응 실패는 기업을 포함한 조직체의 주요 결정과정, 즉 지배구조상의 결함에서 기인한다. 실제로 복잡계는 변화무쌍하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각 조직체의 자발적이고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으나 정작 우리의 대응은 아직도 정부나 특정 고위층의 결정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상부하달식 명령체계로는 더 이상 경제체제의 적응과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 시장기능의 저하도 현 상황을 초래하는 데 한몫을 했다. 한국경제는 양적 규모가 급속히 커지면서 ‘시장기능의 강화’라는 새로운 과제를 받았으나 단기적인 고성장만을 추구하면서 이 과제를 게을리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 과정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즉 핵심 지도계층부터 구각을 탈피하려는 자기혁신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책임과 권한을 과감히 이양하고 모든 단위의 결정과정이 어느 계층에서도 자발적으로 이뤄지도록 시장원칙을 강조해야 한다. 중앙집권의 의사전달 체계에서는 결코 복잡다단하고 변화무쌍한 환경에 제대로 적응해 나갈 수 없다. 생존을 위해서 시장에서 전달되는 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즉각 이뤄질 수 있도록 지배구조상의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모든 조직 구성원이 스스로 변화에 대응하고 조직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어야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체계의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다.

둘째, 시장기능은 자기조직체의 운영에 핵심적 요소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야말로 스스로 조정되는 시장기능의 핵심이며 현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중요한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시장기능을 정상화해 시장이 신뢰할 만한 신호를 보냄으로써 각자가 필요한 변화를 스스로 찾아나서도록 여건을 갖춰 나가야 한다. 취약한 시장은 당국의 개입보다는 자체적인 능력배양을 통해 보완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족한 부분을 새로운 외부 참여를 통해 메우고 지나치게 폐쇄된 부분에는 과감하게 경쟁요소를 도입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셋째, 정책당국은 정책의 안정효과와 시장기능의 저하 사이의 상충관계를 충분히 감안해 경제시스템이 시간을 두고 효율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신중한 대응자세를 보여야 한다.이제부터라도 모든 경제정책의 목표는 눈앞의 상황악화를 방지하기보다는 경제시스템의 효율화를 통한 자원 배분의 최적 여건을 조성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

▼시스템차원 개선 노력 절실▼

결론적으로 복잡계의 관점은 한국경제에서 증상 완화적 정책 노력보다는 적응력을 높이고 체질을 강화하는 시스템 차원의 개선 노력이 절실함을 시사하고 있다. 이 노력의 양대 축인 새로운 지배구조의 정착과 시장기능의 발달은 특별히 강조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현안을 경제주체의 자발적 체제개선 노력을 끌어낼 수 있는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 한국경제의 시스템을 변화된 환경에서 잘 작동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개선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에게 반드시 필요한 시각이다.

최공필(미국 샌프란시스코 연준 초빙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