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발이’ 국어학자 일석 이희승(一石 李熙昇·1896∼1989·사진) 선생의 전집이 나왔다. 서울대 출판부에서 펴낸 ‘일석 이희승 전집’. 전9권으로 총 5700여쪽에 이른다.
이번 전집에는 올곧은 선비정신으로 우리말 사랑에 평생을 바쳐온 일석 선생의 꼿꼿함이 담겨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제1권은 ‘국어학 개설’(1955) ‘국어학논고’(1959) 등 국어학 분야의 연구 저작물, 2권은 조선어학회 사건 관련 글 등 국어 교육과 국어 정책 관련 저술 및 강의 노트를 실었다. 3권은 ‘한글맞춤법통일안 강의’(1959) 등 한글맞춤법 해설서 3종, 4권은 ‘새고등문법’(1957) ‘새문법’(1977) 등 국어문법 교재 7종, 5권은 ‘중학작문’ 등 글짓기 교재, 6·7권은 ‘벙어리냉가슴’(1956) ‘소경의 잠꼬대’(1962) ‘한 개의 돌이로다’(1971) ‘메아리 없는 넋두리’(1988) 등 수필집, 8권은 ‘조선문학연구초’(1946) ‘박꽃’(1947) 등 국문학연구서와 시집 기타 단편적인 글들, 9권은 자서전 ‘딸깍발이 선비의 인생’(1996) 등 자서전 좌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석은 국어학자 국문학자이자 시인 수필가 국어정책가이기도 했다. 그 중에도 가장 중요한 공헌은 한글 중흥을 이끈 일. 그 대표적인 예가 한글날을 기념일 국경일로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역설했던 점이다. 이러한 취지의 글들을 이 전집에 한데 모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게 했다.
일석은 선비 학자였으면서도 학문 안에 갇히지 않는 ‘행동하는 지성’이었다.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구속되어 3년간 옥고를 치른 일, 1960년 4·19 당시 교수단 시위에 앞장선 일, 1963년 동아일보 사장에 취임해 2년 동안 한국 언론을 이끈 일 등이 이를 잘 말해준다.
전집에 실린 시와 수필 등 문학작품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일석은 아름다운 우리말을 섬세하고도 풍성하게 구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사용한 우리말은 풍요롭기 그지 없었고, 그로 인해 빼어난 수필가로 명성을 날리기도 했다.
이번 전집 간행은 준비에 들어간 지 3년만에 이룬 결실이다. 일석 이희승선생기념사업회 장인 강신항 성균관대명예교수, 일석의 제자인 전광현 단국대교수, 일석의 장남인 이교웅씨(산부인과 전문의) 등이 중심이 되어 1997년부터 자료 수집을 시작했다. 1998년 일석전집간행위원회를 만들었고 일석의 11주기인 올해말에 출판하게 된 것이다. 전집간행위원회는 9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20층에서 출판기념회를 마련한다. 02―762―6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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