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미국의 월가와 한국의 여의도 증권가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호황을 누린 월가는 사상 최대의 보너스에 부풀어 있다. 반면 여의도에선 보너스는커녕 연봉삭감과 인원감축의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경제와 증시의 체력을 반영하듯 ‘뉴고 서저(뉴욕은 높고 서울은 낮다)’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올해 월가의 증권맨 중 보너스를 1000만달러(약 120억원) 이상 받는 임원은 최소한 100명쯤 되며 100만달러(약 12억원)인 사람도 4000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가 증권맨 17만여명의 평균 보너스 액수는 8만1000달러(약 9100만원)로 작년보다 30% 가량 증가할 전망.
최근 들어 나스닥 주가가 폭락하는 등 뉴욕증시가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도 월가가 거액의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상반기중 활황을 보여 이익이 크게 났기 때문. 다만 미국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올해 같은 보너스 잔치는 당분간 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반면 여의도 증권가는 썰렁하다. 작년 연봉 5억원을 받던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내년에 4000만원만 받고 해외연수를 떠나야 한다.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 30%를 넘는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일부 펀드매니저는 우울증에 시달리며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억대 연봉을 받으며 스카우트됐던 애널리스트들도 이미 연봉이 30%나 깎였으며 새해에 더 줄어들 각오를 하고 있다.
반짝했던 증시가 장기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불과 1년 만에 이 같은 추락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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