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 이쯤 하고 끝내라.’
법정 소송에서 잇따라 고배를 든 앨 고어 민주당 후보에 대한 승복 압력이 거세다. 미국 여론은 물론이고 민주당내에서도 ‘이제는 포기할 때’라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다음주 초까지 고어 후보가 모종의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승복 시기는 이번 주말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이 될 수도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4일 보도했다.
민주당은 고어 후보의 패배 인정을 요구하는 압력이 구체화되면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보수적 성향의 당내 상하원 의원 30여명은 ‘블루도그(blue dog)’ 모임을 결성해 고어 후보측에 반기를 들고나섰다.
이 모임의 회장인 크리스 존 하원의원은 4일 연방 대법원 판결 후 “더 이상의 분열은 국력 낭비”라면서 “고어 후보가 양보하면 4년 후 대선에서 재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블루도그 소속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톰 대슐 상원 원내총무와 리처드 게파트 하원 원내총무 등 중진들도 조만간 ‘집안 단속’을 포기하고 고어 후보에게 패배를 종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돈다.
그러나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고어 후보가 이번에 당선되지 못할 경우 차기 대선에 다시 도전할 기회를 잡기가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2004년 재도전이 어려울 바에는 차라리 이번에 승부를 내라는 것이다.
고어 후보는 아직 물러설 뜻을 비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의 측근인 존 태너 테네시주 하원의원은 “승복하지 않을 명분이 거의 사라졌다”면서 고어 후보의 ‘명예로운 퇴장’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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