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에 관한 사법부의 중요한 판결이 내려진 4일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 진영은 승전보에 환호했지만 패색이 짙어진 민주당 앨 고어 후보 진영엔 비장함이 감돌았다.
부시 후보는 텍사스주 오스틴의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연방 대법원의 판결을 고맙게 생각한다”며 “최고 사법부가 공정한 선거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므로 미국은 안심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후보는 또 “고어 후보는 그에게 필요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으나 직접적으로 고어 후보에게 패배를 인정하도록 종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밥 굿레이트 하원의원 등은 “이제는 고어 부통령이 선거 패배를 기품있게 인정하고 정권 인수인계가 원만히 이뤄지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시 진영의 공보관인 카렌 휴즈는 “플로리다주 순회법원은 선거에 관한 모든 사실과 주장 증거들을 검토한 뒤 투개표가 공정하고 적절하게 이뤄졌음을 확인했다”며 부시 후보의 승리는 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시 진영은 이날 정권인수팀의 공식 인터넷 웹 사이트를 개설하고 차기 행정부의 임명직 모집 공고를 내는 등 정권인수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한편 고어 후보는 부통령 관저에서 조지프 리버맨 부통령 후보, 윌리엄 데일리 선거본부장 등과 향후 대책을 숙의했다.
데일리 본부장은 “고어 후보는 사법부의 판결이 큰 타격임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우리가 시간에 쫓기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민주당측 한 변호사는 “우리는 마치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를 타고 언덕길을 내려가고 있는 것과 같다”며 “플로리다주 대법원에서 고어 후보에게 유리하게 판결이 바뀔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톰 대슐 상원 원내총무와 리처드 게파트 하원 원내총무 등 당 지도부는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고어 후보의 법정 투쟁을 계속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불퇴전의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이제 패배를 인정하고 명예롭게 대선을 마무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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