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 확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는 정권인수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한달 동안 계속된 ‘대선 싸움’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민주당 인사를 중용하는 화합형 내각을 구상하는 등 굳히기 작전에 돌입했다. 부시 진영의 이같은 작전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에게는 패배선언을 촉구하는 강력한 압력이 되고 있다.
▼주요 각료인선 이미 끝마쳐▼
▽급류 타는 정권인수작업〓부시 후보는 이미 차기 행정부를 이끌 주요 각료 인선을 마쳤다. 그는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을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스탠퍼드대 교수를 백악관 외교안보보좌관으로 지명했고 백악관 비서실장으로는 앤드루 카드 전 교통장관을 내정했다. 정권인수작업 팀장인 딕 체니 부통령 후보는 3일 “조만간 부시 후보가 내각 명단을 확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는 카드 전 장관과 파월전 합참의장을 텍사스의 주지사 관저와 크로퍼드 인근의 목장으로 수시로 불러 정권 인수 작업과 내각 인선 문제를 논의 중이다. 체니 부통령후보와 클레이 존슨 사무국장은 버지니아주 맥린에 있는 정권인수사무소에서 3000개가 넘는 연방 주요직에 대한 인선과 대통령 취임식에 관련된 업무를 준비하고 있다. 부시 후보는 지난달 28일부터 중앙정보국(CIA)으로부터 매일 국가안보에 관한 브리핑을 받는 등 현 행정부로부터도 상당한 예우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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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샘 넌 전상원 국방 물망▼
▽화합형 ‘거국내각’ 뜨나〓전례 없는 ‘대선 상처’가 깊어지자 부시 진영은 민주당의 중진 인사들을 차기 내각에 기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공화당측의 학계와 경제계 원로들이 국가 화합차원의 내각 구성을 권유하고 있다.
가장 많이 하마평에 오르는 민주당 인사는 국방장관 기용이 예상되는 샘 넌 전 상원의원. 걸프전 때 상원군사위원장을 맡았던 넌은 백인으로서 흑인인 ‘라이스―파월’ 외교안보라인과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원의 노인의료보험 개혁위원회를 초당적으로 지휘해온 존 브록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보건장관 후보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고 짐 헌트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교육장관후보로 거론된다. 워싱턴포스트지는 브록스 의원 외에 앨런 보이드(플로리다주) 게리 콘디트(캘리포니아주) 랠프 홀(텍사스) 찰스 스텐홈(텍사스) 하원의원 등이 최근 부시측으로부터 입각을 제의 받았다며 공화당 지도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시의 초당적 내각구성 작업이 진전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부시 후보측은 여성과 소수민족 관련 인사들도 중용할 방침이다. 선거기간 중 부시 캠프에서 활약한 해리어트 마이어스와 테리 레이시 등 여성변호사들이 법무장관직을 놓고 경합중이며 히스패닉인 토니 가르사 텍사스주 철도청장과 헨리 보니야 하원의원, 워렌 티체너 보좌관 중 한 명이 에너지장관에 기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처별 유력 후보
법무
마크 래시코트(몬태나 주지사), 해리어드 마이어스, 테리 레이시(이상 변호사)
국방
톰 리지(펜실베이니아 주지사), 폴 월포위츠(전국방차관), 리처드 아미티지(전국방차관보)
재무
로런스 린지(전FRB이사), 도널드 매런(페인웨버사 사장), 빌 아처(하원 세출위원장)
상무
돈 에번스(톰브라운사 사장), 플로이드 크바메(벤처회사 사장)
교육
로더릭 페이지(휴스턴 교육감), 프랭크 브로건(플로리다 부지사)
에너지
토니 가르사(텍사스 철도청장), 헨리 보니야(하원의원)
보건
토미 톰슨(위스콘신 주지사), 케이 제임스(전관리)
교통
짐 탤런트(하원의원), 데이비드 레이니(텍사스주 교통위원장)
입각 예상 민주당 인사
국방
샘 넌(전 조지아주 상원의원)
보건
존 브록스(상원의원)
교육
짐 헌트(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기타
앨런 보이드, 케리 콘디트, 랠프 홀, 찰스 스텐홈(이상 하원의원)
▼여성-소수계 인사 중용방침▼
▽부시의 ‘대세 굳히기’ 작전〓공화당 선거캠프는 여론도 부시쪽으로 기울었다면서 공화당이 장악한 플로리다 주 의회와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고어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부시 후보는 2일 트렌트 로트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와 만나 내년도 의회일정을 논의했다. 부시는 이 자리에서 “곧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선언하고 교육 국방 개혁 문제 등을 논의하고 의회와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부시는 지난달 말에도 플로리다주의 최종개표 결과 발표가 있은 뒤 성명을 통해 “의료와 조세 부문 개혁을 위해 공론을 적극 수렴해 나가겠다”고 공언하는 등 ‘차기 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 부각을 시작했다.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