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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황정진씨, 16년간 웅진 26개섬 돌며 의료봉사

입력 | 2000-12-05 18:34:00


1년 중 130여일을 외박하는 사나이. 인천 옹진군 보건소 소속 ‘건강 119호 선장’ 황정진씨(43)는 의료진을 도와 낙도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는 데 청춘을 바친 마도로스다.

하얀 제복 차림에 멋진 파이프를 물고 선글라스를 낀 유람선 선장들과 달리 그는 늘 잠바 차림으로 섬을 돈다. 하지만 옹진군 백아도 굴업도 등 26개 외딴 섬 6만여 주민들은 황씨를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마도로스’로 꼽고 있다.

병원선에는 내과 치과 의사 2명과 간호사 2명, 방사선 기사, 물리치료사 등 의료진 6명과 선원 9명 등 15명이 타고 있다.

이 가운데 2∼3년씩 순환 근무하는 보건소 소속 의료진이나 다른 선원들과 달리 황씨는 올해로 16년째 섬을 누비고 있다.

황씨가 병원선을 맡은 것은 1985년. 인천해양과학고를 거쳐 통영수산전문학교를 졸업한 직후다. 학창 시절 꿈은 원양어선 선장이었으나 체력이 달려 연안을 운항하는 병원선을 선택했다.

올 여름에는 자월도에서 농약을 먹은 50대 여자를 구하기 위해 태풍경보가 발령 중인 바다에서 왕복 2시간20분간 목숨을 건 항해를 하기도 했다. 매년 10여차례씩 응급환자가 발생해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인천을 벗어나지 않는 것은 물론 회식 자리에서도 소주 석 잔 이상을 마시지 않았다”는 그는 “올해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jangk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