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선수 중 ‘맏형’과 ‘맏언니’인 유남규(32·삼다수)와 박해정(28·삼성생명)은 ‘닮은꼴’이다.
우선 10년이 넘게 오랜 기간 태극 마크를 달았다는 점. 대표팀 주장이던 올 초 스스로 대표팀 유니폼을 반납했다는 점. 또 대표팀에서 나온 뒤에도 국내 대회에 꾸준히 출전했다는 점 등.
그러나 11일 개막하는 전국 종합탁구선수권대회에서는 이들의 처지가 엇갈리게 됐다.
당초 이번 대회를 ‘마지막 무대’로 삼기로 했던 유남규가 계획을 바꿔 은퇴를 결심한 반면 허리 부상에 시달리는 박해정은 이번 대회와 그 다음 주에 이어지는 실업왕대회에 출전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나선 것. 이들이 ‘은퇴’와 ‘출전 강행’을 결심한 이유는 개인 사정이라기보다 소속팀 사정 때문.
유남규는 삼다수와 계약이 유력한 김정훈(제주 제일고)을 이번 대회에서 김봉철의 복식 파트너로 내보내 호흡을 맞추게 한다는 팀의 방침에 따라 유니폼을 벗기로 했다. 빈자리를 남겨두는 것이 ‘탁구 신동’ 유승민(동남고)을 붙잡는 데 유리할 것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이에 비해 박해정은 척추분리증으로 통원 치료를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 단체전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로 했다. 4단1복의 단체전에서 주전인 유지혜, 이은실에 비해 어린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떨어진다는 강문수 감독의 판단에 따라 박해정은 ‘마지막 봉사’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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