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鄭東泳) 민주당 최고위원이 김대중(金大中)정권의 실세이자 정권 담임세력의 핵심인 동교동계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 2선 후퇴론을 공식 제기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또 이재정(李在禎) 김태홍(金泰弘) 김성호(金成鎬) 장성민(張誠珉)의원 등 초선의원 11명도 1일 모임을 갖고 동교동계 2선 후퇴와 당정쇄신을 골자로 한 건의문을 작성해 김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권노갑 2선 퇴진론’이 당내 파워게임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김대중정권 출범 이후 권최고위원과 동교동계에 대해 ‘2선 퇴진’ 주장이 이처럼 공개적으로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연말 당정개편과 관련해 이에 대한 김대통령의 반응이 주목된다.
정최고위원은 2일 김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권최고위원이 공기업 인사를 비롯해 당정(黨政)인사에 광범위하게 개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비리의혹까지 나돌고 있다’는 세간의 루머까지 예시하며 권최고위원의 2선 후퇴를 주장했다.
정최고위원은 ‘권최고위원이 퇴진하지 않을 경우 전 정권에서 김영삼(金泳三) 전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가 국정을 농단한 것과 같은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최고위원의 이같은 문제제기는 현재의 국정 위기의 원인이 권최고위원을 비롯한 동교동계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연말 당정개편은 물론 향후 여권의 역학관계, 김대통령의 정국운영 구도, 차기 대권경쟁 등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권최고위원측은 5일 “정최고위원이나 건의문을 전달한 초선의원들이 누구와 가까운지 뻔한 것 아니냐”며 당내 특정인사를 ‘권노갑 2선 퇴진론’의 ‘배후’로 지목하고 배후에 모종의 음모가 있음을 암시했다.
권최고위원의 한 측근의원은 특히 “당내 일부 인사들이 권최고위원의 2선 퇴진을 공개거론한 것은 단순히 권최고위원을 퇴진시키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라며 “권최고위원이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을 감싸고 있다는 게 불만의 진짜 원인”이라고 말했다.
정최고위원은 그러나 이에 대해 권최고위원에 관한 흑색선전까지도 모두 거론,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김대통령은 물론 권최고위원을 돕는 길이라고 판단했을 뿐 ‘음모론’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초선의원들의 건의문을 김대통령에게 전달한 이호웅(李浩雄)의원도 “인적쇄신을 포함한 포괄적인 당정쇄신을 건의했을 뿐 특정인 퇴진을 건의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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